글/러브라이브!2016. 12. 23. 17:35

. 삑삑삑삑. 익숙한 박자로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는 역시나 언제나처럼 중간에 한 번 멈췄다. 삑삑. 아직도 못 외웠나. 니코가 속으로 투덜거리거나 말거나, 뒤이어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에리의 언제나와 같은 '다녀왔습니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보던 인터넷 창을 껐고 잠시 마우스가 멈추는가 싶었지만, 이내 니코는 돌아보지 않고 다시 새 인터넷 창을 열었다. 팬페이지 링크와 동영상 사이트 링크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마우스는 선택을 마치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온 에리의 목소리에 붙잡혀버렸다.


"다녀왔습니다."


니코는 돌아보지 않고 폴더를 열어 자료함을 뒤적이며 답했다.


"왔어?"

"오늘 춥더라."

"."


대화 사이 잠깐의 공백은 코트를 벗어 걸어놓는 소리와 딸각 이는 마우스 소리로 채워졌다.


"이제 좀 있으면 코트로 안 되겠어."

"."

"! 오늘 갔던 카페 괜찮더라. 다음엔 같이 가자."

"그래."

"노조미가 안부 전해달래."


인터넷 창을 끄고 바탕화면에서 방황하던 마우스는 다시 인터넷 아이콘을 향했다.


"그래."


건조하게 이어지는 대답에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에리는 니코의 옆으로 서서는 책상 위에 비닐봉지를 올려두며 말했다.


". 하겐다즈."

"니코가 엄청엄~청 기다린 거 알지?"


니코가 그제야 돌아보자 에리의 얼굴엔 미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활짝 웃던 니코도 순간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말했다.


"뭔데 그 표정은?"

"아니. 진지하게 귀엽다고 느껴져서 나 괜찮은 걸까 싶어서."


곧장 주먹이 에리를 향해 날아왔다. 힘껏 쥐고 힘껏 휘두른 주먹은 제대로 들어가 꽂혔다. 아야야. 에리는 앓는 소리를 내며 니코가 친 팔을 문질렀다. 그러다 또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 노조미도 보고 싶다고 했고."

"……. 아니다. 니코는 너희같이 이상한 애들이랑 달라서."


니코는 더 할 말이 없다고 손을 내저으며 말을 자르고 다시 의자를 돌려 컴퓨터를 향하려 했다. 그런 니코의 팔을 붙잡고 다시 돌려놓으며 에리는 곧장 니코에게 입을 맞췄다. 가볍게 니코를 헤집어 놓고 떨어지며 에리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이러면 나는 노조미랑 간접 키스한 셈인가?"


곧장 명치를 향해 뻗어오는 주먹을 에리는 반사적으로 붙잡았다이내 바로 놓아주며 항복의 표시 마냥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미안해. 심술이 심했어."

"멍청이가."

"정말 미안해."


니코는 대답 없이 홱 의자를 돌려 다시 모니터를 향했다. 니코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 미안."


그런 니코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더니 에리는 말 한마디만 남겨두고 방을 나갔다. 에리가 나가고 나서야 니코는 에리가 책상 위에 올리고 나간 비닐봉지를 뒤적여 아이스크림의 뚜껑을 화풀이 대상인 양 뜯어냈다. 그리고 니코는 작은 플라스틱 수저를 입에 물곤 중얼거렸다.


"말차맛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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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