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싶은 소재나 상황
  • 모든 것의 첫번째 (ex첫친구, 첫키스, 첫 애인 등 모든 경험의 처음)






첫 번째. 네가 내 모든 것의 첫 번째였다.


“자. 다이아.”


작은 개울의 돌다리 너머에서 자신에게 내미는 카난의 손에 어쩐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기시감일까. 스스로 알 수 없는 위화감에 기다리고 있는 손을 바로 잡지 못했다. 잠깐이었지만 무언가 걸리는 느낌을 스쳐 보내지 못했다.


“다이아?”


재차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손을 내려보고 있던 시선을 올려보니 카난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라 있었다. 아차 싶어 우선 손을 맞잡았다. 하하.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가볍게 넘어가며 카난은 다이아의 손을 이끌었다. 여차. 다이아는 끌어주는 손에 의지해 개울을 건너고 가볍게 치마를 털어내고 복장을 정돈했다.


“그럼 갈까?”

“네. 이동하죠.”


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은 나란히 걸을 수 없었고, 다이아는 자연히 먼저 앞서가는 카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 뒤를 따르다, 계속 보게 되는 뒷모습에 왠지 모를 기시감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아. 그리고 다이아는 알았다.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왠지 이미 본 것 같은 모습. 당연하다. 다이아가 보는 것은 언제나 카난의 뒷모습이었다. 생각해보노라면, 카난은 언제나 다이아의 앞에 있었다.


쿠로사와, 맞지? 첫 만남에 먼저 손을 내민 것 역시 카난이었다. 집안의 건물 한 쪽에 기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아무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작은 틈에, 한 명 말을 걸어온 것이 역시나 작은 어린아이였던 카난이었다. 하하. 그때에도 지금과 다를 것 없는 웃음으로 먼저 말을 걸어오는 카난은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그때 손을 내민 것이 다이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가족 이외의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카난이 처음이었다. 네가 좋아. 처음으로 들어본 고백은 끌어안은 채여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이 역시 카난이었다. 학생회 일을 핑계 삼아 단둘이 남은 교실에서의 첫 번째 입맞춤 역시 카난과 함께였다. 다이아의 모든 처음에 카난이 있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카난은 언제나 다이아보다 한발 앞에서 다이아에게 손을 내밀어왔다.


“-아. 다이아!”

“네, 네네네?”

“정말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해? 다섯 번쯤 불렀는데.”


무슨 생각-카난이 던진 한마디와 동시에 하던 생각이 문장이 되어 다이아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다이아는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붙잡고 구부정하니 얼굴을 묻었다.


“다이아? 어디 안 좋아? 괜찮아?


당연하게도 바로 다가와 몸을 낮추며 걱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를 건네는 카난의 반응에 더 얼굴을 깊게 묻었다. 귀가 뜨겁다.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을 해버렸다. 치졸한 생각을 해버린 걸 카난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디 안 좋으면 내려가자. 부축해줄게. 힘들 것 같으면 기다릴래? 도와줄 사람을 불러올게.”


내 처음은 카난, 당신이에요. 카난의 처음은 내가 아니야?


“기다릴래? 대답하기 싫으면 고개만 끄덕여.”


다이아는 고개를 저었다. 앞에 같이 쭈그려 앉아 제 팔에 얹은 카난의 손을 반대쪽 손으로 붙잡으며, 고개를 들고 카난을 마주 봤다. 걱정 가득한 눈을 마주 보며 다이아는 부끄러워 털어놓고 싶지 않은 문장을 목 위로 끌어냈다. 한껏 걱정시켜놓고 겨우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항상 먼저 도와준 것에 괜한 생각을 한다고 염치없다 여기면 어쩌나. 걱정을 덮는 것은 또 다른 걱정이었다. 우선 카난은 다이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곱씹었다. 이해하고, 곧 카난은 다이아에 뒤지지 않을 만큼 귀 끝까지 새빨개졌다.


“내가 처음으로 또래의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 거, 가끔씩 혼자 벽에 서 있는 귀여운 아이를 보고 며칠인가를 벼르고 했던 거였어.”


이번에는 카난이 제 뒷목을 주무르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고 싶은 일을 앞에 두고 웃는 다이아를 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끌어안고 싶다고 생각했어. 입을 맞추고 싶다고. 옆에 있고 싶다고. 그러니까-”


카난은 다시 고개를 들어 멍한 표정의 다이아를 마주 보며 웃었다.


“내 모든 처음이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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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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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ㄷㄱ

    우와 카젠 님 리퀘박스 쓰신다. 카나다이도 첫사랑이 참 어울리죠. 둘은 오래 전부터 함께였을 것 같고, 다이아가 어릴 때는 삐기삐기 하던 부스러기라 카난한테 의지도 많이 했을 것 같고요. 그래서인지 기시감과 위화감을 느꼈다는 부분이 다이아의 성장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좋아요. 겁쟁이 어린 애 때는 뒤에서 따라가는 게 당연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 당연해졌다는 거잖아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노력으로 성숙을 이룩하는 다이아... 장해... 다이아 걱정하는 거나 말하기 싫어하는 거 알고 고개만 끄덕이라는 거나 다이아의 뜬금 고백이 되어버린 말에 쑥스부끄하면서도 시원스럽게 말하는 카난은 정말 너무 순정의 아이콘이네요. 짧지만 둘의 관계성이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가요

    2017.02.25 01:16 [ ADDR : EDIT/ DEL : REPLY ]
    • 헉 댓글 확인이 늦었네요ㅜㅜ 맞아요 카나다이도 첫사랑이 참 잘어울리죠222222222 순정의 아이콘 카난.. 너무 제안의 카난을 쏟아낸것 같아서 좀 부끄럽네요ㅜㅜㅋㅋㅋ 더극님이 의미를 찾아주신 부분들이 많이 신경 써서 읽어주신것 같아서 감상 읽고 많이 기뻐졌습니다 감사합니다ㅜㅜ!!

      2017.02.28 19:3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