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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라이브!2018. 10. 21. 01:26

특별히 기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검토를 마친 서류를 옆으로 옮기고 처리해야 할 새 서류를 끌어다 앞으로 놓는다. 턱을 괸 채 툭툭 괜히 볼펜의 뒤 축을 괴롭히다, 슬그머니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내렸다. 에리는 차분하게 자신의 추론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았다.


첫째. 오늘은 1021일이다. 둘째. 며칠 전 린이 뭔가 갖고 싶은 것이 없냐며 넌지시 물어왔다. , 뮤즈 멤버들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학생회에서 만났을 때 노조미가 어딘지 어색하게 시선을 돌린 것과 묘하게 평소와 다른 톤의 목소리까지 더해보면 이것은 분명-


에리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향해가던 와중에 핸드폰의 진동이 울려 생각의 흐름을 끊었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우미’. 언제나처럼 <안녕하세요, 에리.>로 시작한 한껏 격식을 차린 메시지는 한참 이어져 <그럼 이만.>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장장 서른 줄에 걸친 메시지는 요약하자면 지금, 부실로 와주세요.’였다. 드디어-인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네. 가볍게 한숨을 내쉰 에리는 앞에 있던 서류를 들어다 책상에 툭툭 쳐 정리해 뒤집어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리는 부실의 문고리를 붙들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기를 두 번, 그렇게 호흡을 가다듬고 또 표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나서야 문고리를 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안에서 들려온 우당탕 뭔가 무너지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부실의 전반적인 상황으로 예상컨대, 의자와 함께 넘어져 앞으로 고꾸라진 호노카와 눈이 마주쳤다.


-헤헤헤. 생일 축하해, 에리쨩.”


잠시의 정적은 머쓱하게 내뱉은 호노카의 목소리가 깨뜨렸다.


--!”


바로 잔소리를 시작하려는 기세로 달려드는 우미와 그런 우미를 말리는 코토리의 모습에 그제야 에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부실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직접 써서 붙인 것이 분명한 ‘happy birthday!’는 두세 명이 함께 준비한 것인지 글자마다 꾸민 모양이 달랐다. 테이프가 단단히 붙질 않아 바닥에 떨어진 풍선을 보아하니 급하게 준비한 티가 역력했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부터 에리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까지 준비를 마쳐야했으니 시간이 꽤 빠듯했던 셈이었다.


이제 노래할까?”


에리를 중심으로 전원이 둘러 모이니, 코토리가 구석에서 케이크를 꺼내오며 이야기 했다. 진한 초코 케이크의 자태에 맛을 상상하며 에리의 입에서 언제나의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하라쇼!”


케이크에 시선이 집중되어 살짝 숙였던 고개를 들다보니 코토리의 등 너머로 부실 창문에 비친 그림자가 보였다. 에리는 인영으로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도 바로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림자는 금방 모습을 감췄다.


잠시만.”


에리는 곧장 코토리의 옆으로 돌아 나와 모두를 부실에 남겨두고 혼자 빠져나왔다. 부실을 나서자마자 그림자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돌 연구부의 팻말이 적힌 문, 그 바로 옆의 벽에 팔짱을 낀 채로 기대있는 모습은 에리에겐 너무나도 낯익은 얼굴이었지만 동시에 어딘지 낯설었다. 저런 표정을 짓고 있었구나. 상대방은 그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는 것이 썩 맘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먼저 입을 열며 뱉은 목소리는 상당히 퉁명스러웠다.


시끌벅적하네.”

그래도 좋아하잖아, 저런거.”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에리는 팔짱을 풀었다.


저게 정답이야?”


몸을 틀어 마주보며 물어오는 그녀의 표정 찌푸려져 있었다. 그 모습에 에리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저런 표정이었구나.


괜찮아. 그리고-”


가볍게 그녀의 미간사이를 누르며 말을 이었다.


생일축하해.”


뒤에서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에리가 돌아보니 발레복 차림의 어린 아이가 자신을 올려보고 있었다. 에리는 쪼그려 앉으며 그녀와 눈을 맞췄다.


지금 행복해?”

.”


에리는 아이의 질문에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그리고 아이는 그런 에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이야기했다.


생일축하해!”


부실에서 들리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에리가 두사람을 문 밖에 남겨두고 다시 부실로 들어서는 순간 펑 폭죽 소리가, 그리고 바로 이어 호노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못 터뜨려서...”


호노카도 참. 웃으며 다시 모두의 사이로 들어가니 진동소리가 들렸다. 책상 위에 있는건가. 소리가 꽤 크네. 금방 꺼지겠지. 에리쨩 핸드폰 울리는데? 괜찮아 지금은-


-깨고 싶지 않으니까. . 지금. . 이겠구나. 꿈은 자각하고 나면 깨진다. 아직 눈은 뜨지 않았지만 에리가 있는 곳은 이제 오토노키가카 고교의 아이돌 연구부 부실이 아닌 자신의 방 침대였다. 눈치 없는 진동소리는 계속 울렸다. 에리는 엎드린 채로 몸을 일으키려다 그대로 다시 풀썩 배게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 싫다. 와중에도 진동소리는 울리고 있었다. 에리는 꾸물꾸물 이불에서 오른손만 꺼내다 침대 위쪽을 더듬거렸다. -- 울리고 있는 핸드폰의 앞면, 알람 끄기가 있을 익숙한 위치를 눌렀다. 하지만 계속 울리는 진동은 점점 커지는 것 같은 착각까지 일으켰다.


대체! 왜 안꺼지는거야!”


결국 폭발해 상체를 훅 일으킨 에리를 맞아준 것은 알람 화면이 아닌 전화 수신 화면, 그리고 화면에 찍힌 니코라는 이름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미안!’이라고 외친 후 10분 새 에리는 상당히 말끔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니코의 노성은 당연히 에리가 온전히 감당해야했다.


실컷 화내놓고 이제 와서 차분한 척 해봐도 늦었는데요, 니코니씨.”


핸드백에 지갑을 넣으며 궁시렁거려 봤다가, 에리는 고함소리에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핸드폰을 귀에서 멀찍이 떼어 내야했다.


. 미안해. ... 그러니까... 늦잠을 좀....”


다시 한번 핸드폰이 에리의 귀에서 멀어졌다.


. . 금방 갈테니까.”


핸드폰을 내려놓고 거울을 보며 마지막으로 와이셔츠 깃을 만지고 핸드백을 들어다 어깨에 걸쳤다. 그렇게 바로 밖으로 나서려 움직이던 에리는 다시 뒤로 걸어갔다. 책장 위에 놓여있던 액자가 살짝 삐뚤어져 있어 바로 하고, 아홉명이 모여 학교 강당에서 ‘start dash!’ 공연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그 사진 속의 그녀에게 슬쩍 인사를 건넸다.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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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