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라이브!2015. 2. 15. 23:24



왜 울고 있는 거야, 마키쨩?

한숨을 내쉰다.

가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문이 닫혔다. 마키는 혼자 울고 있었다. 소매로 눈물을 훔쳐보지만 금세 다시 넘쳐버려 아무 소용 없었다. 눈만 붉게 달아올라 연한 살이 쓰리고 매워질 뿐이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쭈그려 앉아서는 손에 잡히는 원피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가슴 언저리가 답답했다. 하지만 해결할 방법은커녕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다. 삐- 삐- 작게 귀에 맴도는 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작은 몸에 본인은 무엇인지도 몰랐던 것이 숨을 쉬기가 벅찰 정도로 들어찼다. 숨을 몰아쉬면서 점점 커지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았다. 몸을 있는 대로 움츠리고, 호흡을 잊어 간간이 터져 나오는 숨을 격하게 몰아쉰다. 금방이라도 그렇게 무언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삐- 귀에 아른거리던 소리는 이제 노골적으로 마키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떠나지 않고 귀를 파고들었다. 감고 있던 눈꺼풀을 더 강하게 꾸욱 눌렀다. 한계다.

삐--.

마키는 눈을 떴다. 울어대는 핸드폰을 열어 기계적으로 알람을 껐다. 다시 감기려는 눈을 힘겹게 떠서 시계를 확인했다. 시곗바늘은 10시를 조금 넘겨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알람은 꽤 오래 울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상체를 일으킨다. 좁은 커튼 사이로는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아직 불을 켜지 않은 방을 조금이나마 밝히고 있었다. 마키는 가만히 눈을 깜박깜박 천천히 감았다 떠 보았다. 다시 눕고 싶다. 실제로 그녀의 어깨는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이른 시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주말인데 조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며 마키는 자신 안에서 들리는 유혹의 소리에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은 저항해보지만, 그 결과가 매번 패배였음을 마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내려가던 어깨가 베개에 닿았을 때, 진동이 울렸다. 짧게 울리고 끝나는 것을 보아하니 문자가 온 모양이었다.

귀찮아. 싫은데….

아예 엎드려 얼굴을 베개에 묻어버리고 애써 외면하고 있자니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렸다. 한번은 무시했지만 두 번째에 또 곧장 이어 울리는 세 번째 진동음에 이르러서는 마키도 별수 없이 슬렁슬렁 뒤집혀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화면에 떠오른 이름에 그제야 잠이 깼다.

 

 

 

마키는 급하게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면서 문이 닫히기 직전에 다시 벌컥 열어젖혔다. 급하게 신발을 벗고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만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손에 휴대전화가 들려있었다. 현관 앞에 멈춰 서서 빠르게 손가락으로 패드 위를 움직여 문자 하나를 보내두었다.

<지금 나가>

이제 막 보낸 문자를 받을 상대도, 아침부터 마키의 잠을 깨운 문자의 주인도 우미였다. 세 번에 나눠 온 장문의 메세지였지만 요약하자면 오늘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신가요?>

그렇게 시작한 문자는 거듭 사과를 반복했다.

<이렇게 당일이 되어서 급한 연락을 받게 해서 면목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라며 끝을 맺는 것을 보니, 마키는 딱딱한 우미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져 혼자 한참을 웃고 나서야 답장을 위해 휴대전화를 집어 들 수 있었다. 여러 마디를 썼다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하더니 겨우 보낸 답장은 한마디뿐이었다.

<지금 준비하고 나갈게>

그렇게 집을 나서 마키는 우미와 만나기로 한 카페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꿈, 기분 나빴던 것 같은데. 멍하니 걸음을 옮기고 있으니 문득 생각이 났다. 일어나자마자는 아른거리며 남아있었던 꿈은 그사이 휘발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는 꿈이었다’라며 깨어서 생각했던 것만 남아있어 찝찝한 느낌이었다. 걸음도 멈추어 서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니 퍼뜩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왜 울고 있는 거야, 마키쨩?’

목소리를 따라 꿈의 끝자락이 끌려 나왔다. 마키는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다. 한숨. 왜 울고 있었지? 닫힌 문. 그리고 따라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자신은 방안에서 침대 위에 앉아, 손으로 까슬 거리는 레이스 자락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언제였더라. 생각하고 있자니 카페 간판이 눈에 띄었다. 어느새 목적지였다.

 

 

 

먼저 카페에 와 있던 우미는 웃으며 마키를 반겼다.

 

“이번 곡도 느낌이 좋던데요? 요즘 컨디션이 좋은가 봐요, 마키.”

“별로.”

“그런가요.”

 

둘이서만 만나는 것만 해도 벌써 수차례. 우미는 하하 웃으며 능숙하게 마키의 퉁명스런 말을 받아넘겼다. 머리카락을 빙빙 돌리며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던 마키가 슬쩍 다시 우미 쪽으로 시선을 향하니, 우미는 눈을 마주치곤 슬쩍 웃어 보였다. 얼굴이 달아올라 버렸다. 마키는 시선을 돌려버리며 괜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가사는?”

“아, 아! 그렇죠. 여기 있습니다.”

 

마키의 서투른 말 돌리기에도 우미는 그녀의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주었다. 우미가 가방에서 꺼내 드는 투명한 파일은 마키가 몇 주 전 그녀에게 건넨 것이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음표마다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쓴 가사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주인을 닮아 그녀의 고지식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글씨는 지웠다 다시 쓴 흔적 하나 없이 정갈했다. 가장 앞 페이지부터 가사를 읽어나가는 마키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 음이 따라붙어 노래가 되어 울렸다. 마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가사에 집중했고 우미는 그 건너에서 그녀를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끝까지 가사를 따라간 후에야 마키는 손에 들고 있던 악보를 내려놓았다.

 

“괜찮은가요?”

“좋은데? 생각했던 그대로 가사가 된 것 같아. 역시 우미…. 대단하네.”

“최고의 칭찬이네요.”

 

가볍게 받는 우미였지만 마키의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처음 우미가 그녀의 음악에 가사를 붙여주었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매번 신기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따로 언질을 주거나 그녀의 생각을 전달한 것도 아닌데, 우미의 가사는 언제나 마키가 곡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그대로 글로 옮기고 있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아.”

“왜 그러시죠?”

 

묻혀있던 기억은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하니 한꺼번에 수면 위로 끌려 올라왔다. 어린 시절에 가끔씩 아무도 왜인지 알지 못해 답답해하는, 펑펑 울어버리는 날들이 있었다. 그 날도 같았다. 마키는 연주를 위해 레이스가 풍성하게 달린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었다. 그리고 연주 도중에 마키는 참을 수 없이 슬퍼졌다. 건반을 누르는 것이 힘들었고 어서 그 자리를 내려오고 싶었다. 자신이 만들어 제 귀로 돌아오는 소리가 가슴에 응어리져 스스로를 꾸욱 짖눌러 왔다. 간신히 끝낸 연주회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대를 내려가 가장 먼저 가까이 다가오는 부모님께 매달려 울어버리고 싶었다. 진심을 담아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슬픔은 그대로 두려움이 되었다. 그 때,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 두려움은 주변 이들에게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키…?”

 

마키가 혼자 생각에 너무 오래 빠져있었던 모양이었다.

 

“아, 미안 오늘 할 일은 이걸로 끝인가?”

“네. 일단은….”

“그럼 가봐야겠네.”

“네. 그렇죠.”

“저기, 우미.”

“뭔가 할 말이 있으신가요?”

 

우미는 가만히 마키를 응시하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지만, 마키는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둘 사이의 침묵 뒤에 마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아니야. 나 잠깐 있다 갈게. 먼저 가. 잘가!”

 

몰아치듯 마구 인사를 건네는 마키에게 떠밀려 한두마디 더 인사를 나눈 뒤 우미가 먼저 카페를 나섰다. 천천히 자리로 돌아와 마키 혼자 남은 자리에 한숨이 내려앉았다. 마키는 이야기를 나누며 늘어놓았던 악보를 하나하나 순서대로 모아 쥐었다, 그러다 힘이 풀린 손에서 악보들이 빠져나가 처음보다 더 엉망으로 흐트러져버렸다. 마키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허리를 숙여 그 위에 슬그머니 엎드렸다. 악보 위에서 사랑을 하고, 선율을 따라 키스를 하고, 노랫말을 곱씹으며 홀로 이별한다. 그리고 다시 악보 위에서 사랑을 시작했다. 마키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우미가 나선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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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고 사방에서 떠들어대는 소리에 속았다. 또 슬쩍 창문 너머를 내다보니 따뜻해 보이는 햇살에 속아버렸다. 마키는 한참 전부터 외투를 벗어두고 집을 나선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낮에는 견딜만했다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니 얇은 가디건 하나로 버티기에는 쌀쌀한 날이었다. 간간히 부는 바람이 옷 안쪽까지 서늘하게 만들 때마다 마키는 자신의 두 팔을 서로 더 강하게 꼭 껴안으며 몸을 움츠렸다.

“춥다고, 린.”

결국, 불만은 자신을 밖으로 불러낸 린을 향했다. 인상을 찌푸리고 듣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불만을 중얼거린다. 옆눈으로는 계속 힐끗힐끗 시계탑을 향했다. 치켜뜬 눈으로 올려 본 시곗바늘이 점점 약속시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앞으로 3분 후면 맘 편히 린을 탓할 수 있다. 괜히 여기저기를 오가던 눈동자는 어느새 분침바늘에 고정되어있었다.

앞으로 1분.

“마키쨩!”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멀찍이서 부터 린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달린 것인지 그 린이 마키의 앞에 와서는 허리를 숙이고 제 무릎을 붙든 채로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사이에 마키는 입술을 삐뚜름하게 두고는 그런 린을 내려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늦었다며 타박할 수 없는 것이 또 괜히 얄미워서 결국 고개를 드는 린의 이마에 콩하고는 제 작은 주먹을 가져갔다.

“뭐하는거냐!”

아프지도 않을 것을 괜히 두 손으로 제 이마를 감싸 쥐고 한발 물러나서 볼을 부풀리는 린의 모습에 마키는 풉하고 웃음을 흘렸다. 린은 눈을 부릅뜨며 대치를 이어가려 했지만 마키 쪽에서 한쪽 손을 설레설레 흔들어대며 저지했다.

“그래서 오늘은 왜 부른건데?”

“니시키노씨가 말을 돌리고 있다냐.”

“네네.”

부루퉁한 표정 그대로 대답은 않고 린은 마키를 지나쳐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희끄무레한 것도 빛이라고 가로등은 껌벅껌벅대고 있었다. 그 가로등마저 지나서는 나무로 된 짧은 벤치, 린은 그 등을 두 손으로 잡고 무릎으로 그 위에 앉았다. 등을 쭉 펴고 고개를 위로 치켜든다. 그런 린의 모습에 마키는 저도 따라 눈을 하늘로 향했다. 힘없는 가로등 덕분일까 유난히 별이 밝았다.

“저것 봐, 저거. 기억 난다냐! 저번에 마키쨩이 알려줬던 거잖아. 뭐였더라.”

언젠가의 밤에 마키가 린에게 별자리 몇 개를 소개한 일이 있었다. 마키는 영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며 신이 나 있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린?”

시선도 이미 돌아와 린을 향해있었다.

“마키쨩 기억나? 합숙했던 날 있잖아.”

“린.”

마키는 아직 린에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말을 돌리고 있는 것은 그녀였다. 툭, 기대 있던 벤치의 등을 밀면서 린은 경쾌하게 한발 두발을 뒤로 뛰며 벤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한발 두발 마키의 앞에 서, 그녀를 마주 보았다.

“좋아해, 마키쨩.”

린의 눈은 곧게 마키를 향하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도, 마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키는 꼬박 일 년 전의 하루를 생각하고 있었다.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었다. 여전히 봄이라기엔 조금 쌀쌀한 날이었다. 한 걸음을 내딛으며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또 한걸음에, 하나요의 이야기를 하니 깍지 낀 두 손을 뒷머리에 대고는 벌게진 두 귀를 팔꿈치로 가리려는 양 구부리며 더듬더듬 네가 어떻게 알고 있었냐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린을 떠올렸다. 또 한 걸음. 그 자리에, 린이 마키의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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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라이브!2014. 12. 27. 23:58

주제 : 낙인


팔목이 점점 아려왔다. 우미는 제 손목을 쥔 채로 점점 다가오는 에리의 이마를 남은 한 손으로 힘껏 밀어내 보았지만, 그녀에겐 방해조차 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잠시만. 잠시만요, 에리.”
“싫어.”
다급하게 외쳐보았지만 짧게 대답을 던지고는 그만이었다. 슬쩍 자신의 쪽으로 손목을 잡아당기는 에리의 힘에 못 이겨 온몸이 그녀에게로 쏠려버렸다. 그대로 안겨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한발 휘청거리더니 간신히 균형을 잡아 자리에 섰다. 그 사이 에리는 놀고 있던 한 손으로 우미의 팔꿈치 근처를 그러쥐었다. 옷이 잔뜩 주름지는 모양에 저도 모르게 ‘셔츠. 구겨지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휘저었다.
“에리!”
이번에는 대꾸마저 없었다. 그저 제 할 일에 열중이었다. 에리는 입을 살짝 벌리는가 싶더니 고개를 숙이며 제 얼굴을 우미의 손목에 가까이 가져갔다. 숨이 차게 느껴졌다. 이빨이 피부에 닿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팔을 움츠리려 했으나 속박당한 채로는 부르르 떠는 것이 전부였다. 눈을 질끈 감았다. 붙잡히지 않은 쪽의 손은 에리의 어깨를 계속 밀어보지만, 그저 놓여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한 채로 굳어버리는 듯했다.

순간인 것 같으면서도 길었다.

손목이 풀려나는 것과 우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털석 내 던져진 팔, 손목을 타고 빨간 핏줄기 하나가 흘러내렸다.
“괜찮아?”
평소와 같은 상냥한 목소리와 상냥한 눈웃음으로 에리는 말을 걸어왔다. 동시에 흘러내린 우미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려 그녀의 이마 쪽으로 손을 뻗었다. 어깨를 움츠리며 뒤로 몸을 빼는 우미의 반응에,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을 멈추는가 싶었지만 이내 그대로 그녀를 제 품에 폭 안으며 이야기했다.
“괜찮아.”



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4. 12. 26. 00:58

왜 하필 이런 날에 엘리베이터는 고장일까. 불평을 속으로 삼키며 마키는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어디부터 문제였을까 돌이켜보자니 단출한 차림으로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이었다. 옆에 걸려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다 괜히 마음이 동했다. 화장대 앞으로 돌아가 머리를 다시 매만지고 화장을 고쳤다. 다시 현관 앞에 서서 꺼내두었던 편한 단화를 잠시 내려보다 한발 물러나 신발장에 도로 넣어두곤, 조금이지만 굽이 있는 아껴두었던 새 구두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집을 나서니 마키는 괜히 살랑거리는 기분이 되어 유난히 더운 날씨도 별로 신경이 쓰이질 않았다. 길이 들지 않은 신을 신고 틈이 꽤나 넓은 보도블록을 가로질러 걷자니 평소보다 뒤뚱거리는 걸음이 되어버렸다. 평소와 다르게 마키는 양손으로 균형을 맞추며 한 발 한 발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린이 보면 분명 웃어버릴 거야. 그 생각에 도리어 자신이 웃어버렸다.

왠지 모르게 유독 들떠 이유 없이 콧노래라도 흥얼거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혼자 살아남아 열심히 위아래를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몰린 인파를 보기 전까지였지만 말이다. 가운데 덩그러니 딱 하나 운행 중인 엘리베이터 이외에 옆으로 잔뜩 '점검중'이라는 팻말들이 눈에 띄었다. 웅성거리는 인파로부터 한 걸음 뒤로 떨어져서 마키는 잠시 고민했다. 기다리자면 기다리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들뜬 그 기분이 문제였다. 뭐, 괜찮겠지. 가볍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마키는 돌아서 계단 쪽으로 향했다.

계단 끝자락에 멈춰 서서는 숨을 고르고 핸드백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훔쳤다. 한층 한층 오르며 후회를 거듭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돌아가자니 어쩐지 오기가 발목을 붙들었다. 결국은 그렇게 목적지. 도착했으니 되었다고 여기며 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머리칼을 정리했다.

“오늘도 719호?”
“네.”

곧장 걸어가다 보니 앉아있던 간호사분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자주 보는 얼굴이니 살갑게 인사를 붙여오는 것도 익숙한 일이었다. 평소와 같았다면 그대로 꾸벅 인사를 하고 바로 병실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마키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오늘은 누가 먼저 와있더라고.”
“누가 먼저 와있다고요?”

니코? 호노카?

“응응. 몇 번인가 왔던 여자애였는데. 이렇게 단발머리에.”

자기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어다 감춰 보이며 이야기해주는 그녀의 설명에 마키는 금방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병실로 향하면 될 일이었다. 막 계단을 올랐을 때보다 더 무거워진 다리를 억지로 한발 끌어다 놓더니 마키는 괜히 그녀를 돌아보며 한마디를 더 던졌다.

“그 애, 온지 얼마나 된지 알아요?”
“글쎄…. 한 10분 쯤 됐나? 얼마 안 지났어.”

최악이다.

“감사합니다.”

719. 슬쩍 고개를 올려 다시 병실 번호를 확인하고 문고리를 내려본다. 그리고 괜히 다시 고개를 올려 번호를 확인해보았다. 마키는 문고리를 손에 쥔 채로 멈춰서 있었다. 다시 확인한 병실번호는 당연하게도 여전히 719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고리를 조금만 돌리려 해도, 안쪽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는 목소리가 귀에 박혀 몸이 굳는다. 카요쨩은. 결국 마키는 문고리에서 손을 놓고 조금 저릿한 느낌에 허공에 주먹을 쥐었다 폈다. 몸을 돌려 벽에 기대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린쨩! 문틈으로 목소리는 계속 새어 들려왔다. 그치만 마키쨩이 그랬다냐.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린.”

자신을 변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린의 이야기에 마키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허탈하게 웃었다.
-마키쨩, 좋아해.
언젠가 들었던 목소리가 떠올라 마키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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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라이브!2014. 12. 25. 01:19

“그런 일이었어. 별로 우미가 걱정할 만한 건-우미?”
“아….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죠?”

한참 이야기를 하던 중에 옆에 따라오던 기척이 사라져 돌아보니, 두어 걸음 떨어져 멈추어 서 있는 우미의 모습이 보였다. 에리의 부름에 우미는 바로 다시 에리의 옆에 섰지만 정작 에리는 대답 없이 뚱한 표정으로 우미를 빤히 보고 있기만 했다.

“에리?”

마주 올려보려니 에리의 너머로 가로등이 환해 우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우미에게 에리는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살짝 얼어있던 볼에 무뎠던 감각이 빠르게 돌아왔다.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반사적으로 뒤로 피하려는 우미를 예상이라도 한 듯이 에리는 한 손으로는 어깨를 붙들었다.

“벌써 세 번째잖아. 혹시 감기 기운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아뇨, 저.”

똑바로 마주해오는 시선을 아래로 피하며 우미는 어딘지 불안한 듯 말꼬리를 흘렸다. 한 발을 앞으로 그리고 뒤로. 꼭 벌을 받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에리의 눈은 더 매섭게 우미를 쏘아 보았다.

“그게. 저. 아니-“

계속 더듬더듬 말 하나하나가 제 자리를 못 찾아가던 중에 때마침 우미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소리가 그녀를 구원했다. 그리고 동시에 우미의 표정이 환해졌다. 두사람 사이를 가로질러 퍼지는 소리는 알림소리. 정직한 기본 벨소리에 합숙 당시에 에리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이미 어두워질대로 어두워진 시각이었다. ‘왜 지금?’이라는 의문이 에리의 표정에 떠오름과 동시에 우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낮게 울리는 알림소리를 끄곤 에리를 똑바로 올려보며 이야기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에리.”
“응?”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되어 무슨 말인지 에리는 바로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 에리에게 우미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에리를 향하게 하여 보여주었다. 화면에 보이는 시각은 12:00. 그리고 12월 25일, 성탄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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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4. 11. 16. 19:51

the gross selection rules tell us which are the gross selection rules-

“응?”

미간을 찌푸리고 모니터에 눈을 바짝 붙여 서너번쯤 다시 문장을 따라가본다. 마키는 그제야 자신이 같은 줄의 첫 단어를 세번째 읽어 내려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아….”

꽤나 오래 노트북과 씨름을 하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기는 했다. 마키는 그제야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들어올리며 쭉 펴보았다. 마감을 생각하면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키는 일단 노트북을 닫았다. 그제야 그녀는 배경음으로 자신이 즐겨듣는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음을 눈치챘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신기할 정도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허탈하게 웃으며 마키는 옆에 놓아두었던 유리잔을 들었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시원하게 혀에 닿는 커피향. 입안에서 굴리다 천천히 흘러넘기니 씁쓰름하게 혀끝에 남는다.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골목에 자리잡은 흔하고 작은 카페 중 하나였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점이나 최신음악이 아닌 클랙식을 틀어주는 점이 마키와는 잘 맞아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보물이라도 찾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 앉아 해야할 과제라도 있는 날이면 마키는 꼭 해가 반만 가린 창가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곤 했다. 얼마나 있었던 거지. 몸을 돌려 카운터 너머에 걸린 시계를 보니 세시 사십분. 마키는 몸이 찌뿌둥할만도 하다고 중얼거리며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향한 창 너머로 그녀가 보였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무 생각도 없었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카페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그대로 걸어가려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나서야 퍼뜩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얼굴로, 무슨 얘기를, 어떻게 꺼내려고. 어깨를 붙잡아 그 걸음을 멈춰 세우고 그녀가 돌아보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마키는 몇번이나 후회를 거듭했다.

“마키쨩!”

반복되던 자책들은 그녀가 돌아보며 반갑게 웃어주었을 때 모두 사라졌다. 그 모습에 제 걱정이 허탈해져 또 동시에 안심이 되어 마키는 힘을 빼고 저도 미소를 지어주며 인삿말을 건넸다.

“오랜만이네, 하나요.”

잘 지냈어? 응. 여긴 어쩐 일이야? 학교가 근처야. 그랬구나. 그럼…. 뻔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나자 할말이 없어져 뭐라고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허둥대는 마키를 하나요는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결국은 하나요 쪽에서 이야기를 건네왔다.

“조금 걸을까?”

마키는 바로 급하게 카페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와서는 하나요의 옆에 섰다. 마주보고 생긋 웃고는 두사람은 특별한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 없이 일단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이 별로 없는 골목길이었다. 대화가 없으니 발걸음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키가 먼저 그리고 하나요가 반걸음 늦게 따라왔다.  2년만인가? 그러게. 2년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마키도, 하나요도 모르지 않았다. 꽤나 추워진 모양이었다. 마키가 내쉰 숨에 하얀 김이 보였다.

“아! 카요-“

사소한 습관이었다. 단순히 자주 듣던 호칭이 무심코 입 밖으로 새어나온 것이었다.

“응?”

“…하나요는 이 근처에는 무슨 일로 온거야?”

“나는 이 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마키쨩 학교가 이 쪽이라면 그 동안에도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

그랬다면 도망쳤을지도. 하지 않는 편이 좋은 말은 목 끝을 넘기지 않고 삼켜냈다. 발을 끌어다 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러게.”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대학생활의 이야기. 도무지 끝이 나질 않는 과제에 대한 불평도 조금 늘어놓았다. 하나요는 마키에게 얼마 전 호무라에 다녀왔다며 호노카는 여전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니코를 통해 전해 들은 에리와 노조미의 이야기도 늘어놓았다. 하나요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곳이 음식점이라며 한번 찾아오라고 약도가 그려진 쿠폰을 건네주었다.

“꼭 갈게.”

마키는 쿠폰을 지갑에 넣으며 약속했다. 그렇게 온갖 얘기에 웃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진작에 골목을 벗어나 어느새 두 사람은 마키에게 너무도 익숙한 장소에 있었다. 빌딩 사이 작은 공원의 입구에는 가로등이 하나, 그리고 벤치가 하나 있었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이미 많이 어두워져 가로등은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래되고 손보지 않아 등은 힘에 겨운듯 간간히 깜박깜박거리며 그렇게 있는 힘을 다했다.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마키쨩, 좋아해.

그 날도 똑같았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유난히 별이 밝은 날, 꽤나 늦은 시각이었다.

“마키?”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던 모양이다. 하나요가 두어걸음 앞에서 왜 그러냐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핸드폰, 얼마 전에 바꿨지? 연락처 좀 알려줄래?”

“아, 응!”

제 핸드폰을 건네고 제 번호를 입력하는 하나요를 잠시 내려보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뭘 그렇게까지 무서워했을까. 점점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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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4. 11. 2. 22:02
어린시절 자신이 노조미의 앞에 서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꿈이구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하얀 방에 자신과 어린시절의 자신. 열이 조금 있는가 싶더니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 모양이라고 노조미는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만큼이나 현실감없는 모습이었다. 스피리츄얼한 꿈이구만. 여느때와 같이 실실 웃으며 노조미는 다시 그녀의 어린시절을 보았다. 어린 노조미는 자신을 보고있지 않았다. 가만히 바닥만 내려 보고 있어 아이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표정이야 굳이 보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 노조미가 잘 알고있었다.

꼭 연락할게, 노조미.

그때 어디서인지 모르게 누구의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퍼뜩 고개를 든 작은 아이는 환하게 웃고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노조미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갔다. 토죠, 보고싶을거야. 역시나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노조미는 아이에게 두 손을 뻗었다. 정말 아쉽다. 그래도 계속 연락은 할 수 있는거지? 귀를 막자. 어디로 가는건데? 나중에 찾아갈게! 다시 만나자. 꼭이야! 아이는 더이상 웃고있지 않았다. 목소리는 이내 모두 뒤섞여 소음이 되었다. 눈을 찡그리고 제 두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다. 아무것도 듣고싶지않아. 소리는 사라졌다. 혼자 빈공간에 노조미는 웅크리고 있었다.

"노조미."
"아무것도 듣고싶지않아."
"나야, 노조미."

그것은 알고있는 목소리였다. 아이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살그머니 실눈을 떠보았다. 어린 노조미의 눈 앞에 에리가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걱정이 한가득이라 미간은 잔뜩 찌푸리고 그러면서도 웃고있었다.

"왜 그러고 있어."

아이는 입을 여는가 싶더니 우물우물 속으로 삼켜버리곤 다시 닫아버렸다. 그 모습이 답답할 법도 한데 에리는 가만히 그 모양 그대로 그녀를 기다렸다. 아이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어 힘겹게 힘겹게 첫마디를 내놓았다.

"모두."
"응?"
"모두 거짓말을 해."

그리고 막혀있던 울음이 그 한마디와 동시에 터져나왔다. 엉엉 큰 울음도 아니었다. 눈물이 계속 새어나오는 것을 쉼없이 팔로 훔쳐대니 눈가가 금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노조미."

에리는 그런 아이를 제 품으로 당겨안으며 자장가라도 불러주는 듯 나긋한 목소리로 한자한자 귀 바로 옆에서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여기있어."

에리는 미열의 악몽에 시달리는 친구를 제 무릎에 뉘이고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네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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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4. 11. 2. 22:00
마키는 제 샤프의 뒷축과 나무로 된 탁자가 부딪히는 소리를 좋아했다. 톡. 무의식적으로 한번 두번 두드리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그녀는 조금 빠르다 싶은 박자에 맞추어 제 손목을 까닥이고 있었다. 톡. 톡. 톡. 톡. 그 소리에 맞춰 작은 흥얼거림이 찻집의 나직한 배경음악에 섞여 녹아내렸다. 건너 자리에 앉아 제 앞의 노트를 노려보던 우미는 고개를 들어 마키를 보더니 가만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 소절이 사그라드는 것과 동시에 우미가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이야기했다.

"역시 마키. 좋은 곡이네요."
"그럭저럭이네. 고마워."

퉁명스런 말씨였다. 하지만 우미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는 것이 마키 나름의 만족의 표시임을 알았기에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럼. 말을 떼는가 싶더니 우미는 계속 제 앞에 하얀 백지상태로 놓여있는 노트를 들어 두손으로 잡고는 세워 툭툭 두어번 내리쳤다.

"이번엔 제 차례네요. 이 곡에 가사를 쓰면 되는거죠?"
"응. 곡 자체는 나왔지만 세세한 부분의 수정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키의 말을 멈춘 것은 진동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은 탁자 위에 올려져있던 마키의 것이었다.

"미안."
"아니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마키는 휴대폰을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발신자의 이름이었다. 화면에 떠오른 간단하게 '린'이라고 저장되어있는 호칭에 얼마전 그녀가 자신의 폰을 가져가 멋대로 바꿔두었던 것이 떠올라 웃음이 새어나왔다.  당시에는 당황해 바로 다시 바꿔두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미소를 띈 채 핸드폰의 버튼을 누르던 마키의 표정은 린으로부터의 메세지를 본 순간 확 바뀌었다.

"하?"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모습에 반응은 저쪽 편에서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마키?"

걱정스레 물어오는 우미의 목소리에 마키는 손사래를 치며 아무것도 아니라 해명했다. 별 일이라 할 수는 없었다. 마키는 그저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세지의 내용에 당황했을 뿐이었으니.
<냥냥냥!>
린으로부터의 메세지는 단 한줄이 전부였다. 빠르게 자판 위를 움직여 보낸 마키의 답장도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뭐야, 린>
<산토끼의 반대말이 뭔지 아냥?>
분명 마키에게 답을 요구하는 메세지였지만 린은 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다음 메세지를 보내왔다.
<죽은토끼! 몰랐지!>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키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계속해서 진동이 울리고 있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 대신 마키는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마키?"
 "미안, 우미. 먼저 일어나볼게."
 "아, 네. 괜찮습니다. 오늘 해야할 작업은 거의 끝났으니까요. 급한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응. 그렇네. 기르는 고양이가 조금 칭얼대는 모양이야."
 "고양이를 기르셨나요?"

우미의 물음에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의자를 밀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응. 얼마 되진 않았지만."


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4. 11. 2. 21:58

문을 한쪽으로 밀어 열자마자 마키의 눈길이 향한 곳은 린 너머의 창문이었다.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싶더니 열린 창 틈으로 찬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춥지 않아?”

마키는 안으로 들어가며 물어보더니, 린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곧장 창 쪽으로 향했다. 괜찮은데.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창을 닫아 새는 틈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마키는 린의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린은 볼을 부풀리고 마키를 노려보더니 풀석 허리를 숙여 이불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답답한데에.”
“그래, 그래.”

볼맨소리로 칭얼거리는 것이 이불에 울려 웅웅대는 소리로 들려왔다. 그래보았자 즉시 돌아온 대꾸는 일말의 재고도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린이 입을 다물어버리니 둘 사이가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홱 고개를 치켜든 린은 두 팔을 뻗어 마키의 양 볼을 장난스레 꼬집어주는 것으로 마키를 응징했다. 마키의 표정이 금세 구겨졌지만 약하게 도리질을 할 뿐이었다.

“아, 정말! 린!”
“아아. 정말 억울하다니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더웠고 드디어 가을이다!”

린은 그제야 마키의 볼을 놓아주고 두팔을 번쩍 들고는 말을 계속했다.

“-한지도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우리 마키선생님은 창문이나 닫으라고 하고 말이다냐.”
“기침 심해져.”
“네, 네.”

린은 웃었다.
-마키쨩, 좋아해.
언젠가 고백의 말을 해주었던 그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린은 마키를 향해 웃고 있었다. 너는 어떻게. 마키는 목 끝까지 치민 문장을 꾹 눌러 삼켰다. 린이 다 붓고 빨개진 눈으로 자신을 보며 웃었던 그날에 이미 다짐했을 터였다. 린의 옆에선 그녀의 연인으로만 남겠노라고. 나는 그것 조차 힘든데, 너는 어떻게.

“마키쨩, 마키쨩. 있잖아 약은 쓰지 않게 만들 수 없는거야?”
“린.”

마키는 린을 향해 한손을 뻗었다. 여전히 짧은 머리칼을 쓸어 쥐어본다. 눈매 끝을 매만져보다 뺨을 쓰다듬어 본다.

“마키쨩?”

품에 끌어안고 그 어깨에 얼굴을 묻어본다.

“잠깐만. 아주 잠깐만….”
“마키쨩은 어리광쟁이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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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