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라이브!2016. 1. 9. 01:11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슬쩍슬쩍 자신을 향하는 시선들이야 진작에 알고 있었다. 끼리끼리 모여 저마다 수근대는 이야기에 제 이름, 아야세 에리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홀의 들뜬 분위기에 한가운데 그녀가 있고, 흘의 모두가 그녀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있다. 천천히 물러나 시선들을 피해보니 발뒷굼치에 구석의 벽이 닿는다. 처음으로 홀 전체를 훑어 보았다. 한쪽 벽에서 부터 시작해 홀의 중심으로. 그리고 다시 반대쪽 벽을 향했을 때 테라스를 향해 난 창 너머로 달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달은 아직 다 차지 않았다.

'내랑 내기나 할까?'

달의 반이 채 차기도 전에 들었던 목소리를 떠올리며 에리는 천천히 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밤공기가 싸늘해질 계절이었다. 파티용 복장은 밤산책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몸이 차게 식는 것을 느꼈지만 걸음을 돌리진 않았다. 발걸음 소리가 하나. 그리고 그 뒤로 안쪽에서 저들끼리 재잘대는 소리가 뒤따른다. 간격은 점점 멀어졌다. 느린 걸음이라도 상관 없었다. 발걸음 소리가 하나. 재잘대는 소리가 뒤따른다. 그 뒤로 다시 발걸음 소리가 하나. 두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달음박질을 쳐 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 오고 있었다. 에리는 소리를 들으며 빨라지지도 느려지지도 않은 한걸음 다시 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바로 뒤. 에리는 웃으며 뒤를 돌아 보았다.

"따라와줄 줄 알았어, 노조미."

노조미의 뒤로 아직 다 차지 않은 달이 보였다.

"내 완전히 들켜버린거가? 아아. 에릿치는 못당해버리겠고만."

"그렇게 발소리를 크게 내면서 모르길 바란거야?"

"그럼 진작에 아는척을 하지 않고..."

노조미가 입술을 비죽 내미는 것을 가만 두고, 에리는 다시 뒤를 돌았다. 그리고 노조미를 등진 채로 입을 열었다.

"노조미."

이름만 불러두고 잠시 멈춘 후에 말을 계속 잇기 전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크게 내쉰다.

"에릿치?"

"고마워."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에리는 말을 이어갔다.

"전부 네 덕분이야. 고마워."

노조미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친구는 지금 제 표정을 감추려 등을 보이고 있었다.

"정말로, 고마워."

노조미는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 등을 안아줄듯 두 팔을 벌리며 한발 더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다시 뒤를 돌아보는 에리의 손에는 노조미의 심장을 향하는 칼날이 쥐여있었다.

"에...릿치?"

"손을 내려줘, 노조미. 내가 이겼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우리가 했던 내기 말이야. 달이 아직 차기 전에 마녀를 찾았잖아."

에리는 웃었다.

"노조미, 네가 날 죽일 마녀야."

그리고 에리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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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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