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어떨까? 1년이야. 1년만 그렇게 해보자. 1년 전의 이곳에서 리코는 웃으며 요우에게 이야기했다.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 이야기에 이끌려 그렇게 1일째에 손을 끌어 맞잡는 온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어색하지만 한껏 꾸미고, 또 꾸며낸 것이지만 나름대로 들뜬 마음으로 공원을 향했던 날이 이틀째였다. 거리를 거닐며 나누는 평범한 대화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3일째 되는 날. 포옹을 시도하는 요우의 뻣뻣한 동작에 리코는 웃으며 자신이 먼저 등 뒤로 두 손을 포갰다. 하루 종일 카페에서 둘이 같은 노래를 귀에 담은 것이 아마도 일주일 째 되던 날. 밤공기로 열을 식히며 긴 통화를 나눴던 것은 열흘째였을 것이다. 30일 즈음 되었을까. 그날에는 바다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함께 보았다. 백일째라고 작은 선물을 주고받은 것은 초여름의 일이었다. 가을의 어느 날에는 함께 일부러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 소리를 즐겼다.


그렇게 365일째의 오늘. 다시 봄이다. 분침이 점점 약속 시간으로 다가가는 것을 어떻게 밀어낼 수 있을까. 요우는 아직 못다 한 말을 헤아리고, 또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을 헤아리며 리코를 기다렸다. 아직은 봄이라기엔 너무 쌀쌀한 날이었다. 리코는 항상 약속 시간을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정확히 지켰다. 그러니 이제 곧. 요우는 아직 리코와 단둘이 한 번쯤 도쿄에 가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단 걸 기억했다. 세시. 약속한 시각이었다. 리코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아직 리코에게 아침을 만들어 준 적이 없었다. 아직 제대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아직 올해의 벚꽃을 보지 못했다.


요우쨩.”


세시 십분. 요우는 도착한 리코를 웃으며 맞았다. 괜찮아. 리코쨩도 같은 생각일 거야. 지난 1년간 그랬는걸. 그렇게 믿으며 요우는 지난 몇 분간 자기의 생각을 하나둘 풀어놓았다. 그리고 요우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던 리코는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요우가 입을 꾹 다문 후에야 입을 열었다.


“1년간 정말 좋은 시간이었지.”


리코는 그렇게 운을 떼며 요우가 앉은 벤치의 바로 옆에 털썩 앉았다. 다리를 조금 흔들며 잠시 말을 고르는 사이, 요우는 시선 둘 곳을 찾다 결국 두 사람의 사이에 놓아둔 제 손끝을 향했다.


나 요우쨩 덕분에 정말 행복했어. 정말이야. 그런데 있지 나 그런 생각도 해. 마지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행복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마지막을 상상하는데, 그리고 걱정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을 수 있었잖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요우쨩.”


그리고 안녕까지는 금방이었다. 혼자 남은 벤치에서 요우는 손끝이 빨개진 두 손을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역시 봄이라기엔 아직 너무 쌀쌀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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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