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라이브!2014. 11. 16. 19:51

the gross selection rules tell us which are the gross selection rules-

“응?”

미간을 찌푸리고 모니터에 눈을 바짝 붙여 서너번쯤 다시 문장을 따라가본다. 마키는 그제야 자신이 같은 줄의 첫 단어를 세번째 읽어 내려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아….”

꽤나 오래 노트북과 씨름을 하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기는 했다. 마키는 그제야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들어올리며 쭉 펴보았다. 마감을 생각하면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키는 일단 노트북을 닫았다. 그제야 그녀는 배경음으로 자신이 즐겨듣는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음을 눈치챘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신기할 정도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허탈하게 웃으며 마키는 옆에 놓아두었던 유리잔을 들었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시원하게 혀에 닿는 커피향. 입안에서 굴리다 천천히 흘러넘기니 씁쓰름하게 혀끝에 남는다.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골목에 자리잡은 흔하고 작은 카페 중 하나였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점이나 최신음악이 아닌 클랙식을 틀어주는 점이 마키와는 잘 맞아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보물이라도 찾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 앉아 해야할 과제라도 있는 날이면 마키는 꼭 해가 반만 가린 창가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곤 했다. 얼마나 있었던 거지. 몸을 돌려 카운터 너머에 걸린 시계를 보니 세시 사십분. 마키는 몸이 찌뿌둥할만도 하다고 중얼거리며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향한 창 너머로 그녀가 보였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무 생각도 없었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카페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그대로 걸어가려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나서야 퍼뜩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얼굴로, 무슨 얘기를, 어떻게 꺼내려고. 어깨를 붙잡아 그 걸음을 멈춰 세우고 그녀가 돌아보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마키는 몇번이나 후회를 거듭했다.

“마키쨩!”

반복되던 자책들은 그녀가 돌아보며 반갑게 웃어주었을 때 모두 사라졌다. 그 모습에 제 걱정이 허탈해져 또 동시에 안심이 되어 마키는 힘을 빼고 저도 미소를 지어주며 인삿말을 건넸다.

“오랜만이네, 하나요.”

잘 지냈어? 응. 여긴 어쩐 일이야? 학교가 근처야. 그랬구나. 그럼…. 뻔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나자 할말이 없어져 뭐라고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허둥대는 마키를 하나요는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결국은 하나요 쪽에서 이야기를 건네왔다.

“조금 걸을까?”

마키는 바로 급하게 카페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와서는 하나요의 옆에 섰다. 마주보고 생긋 웃고는 두사람은 특별한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 없이 일단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이 별로 없는 골목길이었다. 대화가 없으니 발걸음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키가 먼저 그리고 하나요가 반걸음 늦게 따라왔다.  2년만인가? 그러게. 2년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마키도, 하나요도 모르지 않았다. 꽤나 추워진 모양이었다. 마키가 내쉰 숨에 하얀 김이 보였다.

“아! 카요-“

사소한 습관이었다. 단순히 자주 듣던 호칭이 무심코 입 밖으로 새어나온 것이었다.

“응?”

“…하나요는 이 근처에는 무슨 일로 온거야?”

“나는 이 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마키쨩 학교가 이 쪽이라면 그 동안에도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

그랬다면 도망쳤을지도. 하지 않는 편이 좋은 말은 목 끝을 넘기지 않고 삼켜냈다. 발을 끌어다 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러게.”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대학생활의 이야기. 도무지 끝이 나질 않는 과제에 대한 불평도 조금 늘어놓았다. 하나요는 마키에게 얼마 전 호무라에 다녀왔다며 호노카는 여전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니코를 통해 전해 들은 에리와 노조미의 이야기도 늘어놓았다. 하나요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곳이 음식점이라며 한번 찾아오라고 약도가 그려진 쿠폰을 건네주었다.

“꼭 갈게.”

마키는 쿠폰을 지갑에 넣으며 약속했다. 그렇게 온갖 얘기에 웃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진작에 골목을 벗어나 어느새 두 사람은 마키에게 너무도 익숙한 장소에 있었다. 빌딩 사이 작은 공원의 입구에는 가로등이 하나, 그리고 벤치가 하나 있었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이미 많이 어두워져 가로등은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래되고 손보지 않아 등은 힘에 겨운듯 간간히 깜박깜박거리며 그렇게 있는 힘을 다했다.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마키쨩, 좋아해.

그 날도 똑같았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유난히 별이 밝은 날, 꽤나 늦은 시각이었다.

“마키?”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던 모양이다. 하나요가 두어걸음 앞에서 왜 그러냐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핸드폰, 얼마 전에 바꿨지? 연락처 좀 알려줄래?”

“아, 응!”

제 핸드폰을 건네고 제 번호를 입력하는 하나요를 잠시 내려보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뭘 그렇게까지 무서워했을까. 점점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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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