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언라2014. 12. 10. 17:40

아무것도 아닌 공간에 마르그리드는 혼자였다. 그녀는 두 팔을 앞을 향해 뻗어보았다. 그리고 마르그리드는 가만히 눈을 감고 허공을 향해 웃음 지었다. 그녀의 위로 몸을 겹치듯 돌연 나타나, 심기가 불편한 듯 퉁명스레 물음을 던지는 이 또한 마르그리드였다.

“뭘 그렇게 웃고 있어?”

울고 나의 몸 커서 아이 웃는

그 자리에 온전히 존재하지 않는 마르그리드의 대답은 조각조각 흩어져있었다. 이내 흐릿한 형체가 점점 분명해짐과 함께 그녀의 말 또한 뭉쳐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 마냥 마르그리드에게 다시 전해져왔다.

나의 아이가 웃고 있어요.
“당신은 만족하는 거야?” 

마르그리드가 대답을 하는 듯 입을 움직이고, 조금 후에야 메아리친 소리가 반대쪽의 그녀에게 들려왔다.

“괜한 걸 물었네.”
그러게요. 이번엔 당신이 의미 없는 질문을 내게 했네요.
“당신은 실패했어. 내가 그랬듯이 말이야.”
하지만 나는 만족해요. 아마도 당신이 그렇듯이.
“이해할 수 없어.”
거짓말.

마르그리드는 웃고 있었다. 마르그리드는 뻗었던 두 팔로 그녀의 앞에 있는 자신을 품에 안았다.

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