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언라2018. 8. 19. 22:11

 "......그렇게 된 거야."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끝을 맺는 이블린의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모든 이야기가 끝났다. 그녀는 슬며시 제 앞의 찻잔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며 가만히 그 안을 내려보았다. 잠시였지만 모든 이들의 시선이 조금 더 이블린에게 머물렀다. 하지만 그녀가 더는 다른 말이 없자 금새 다들 각자 관심을 여기저기로 돌리기 시작했다. 성유계도 지상세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그들을 위해 마련된 짧은 티타임의 장소. 그 원탁을 에둘러 이블린 정 반대편, 도니타는 제 옆에서부터 원탁을 둘러 앉은 이들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쉐리. 스테이시아. 네넴. 씨씨. 마르그리드. 샬롯. 나딘. 아인. 이블린. 샬롯. 파르모. 지시자. 레드그레이브. 그리고-


 흐응. 도니타는 제 왼편으로 몸을 내밀어 그곳에 앉은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가 싶더니 몸을 돌리고 팔짱을 끼며 다시 의자에 몸을 던졌다.


 "
짧은 머리는 이런 느낌이구나."


 그녀의 혼잣말에 대한 대꾸는 한 자리 건너에서 들려왔다.


 "
짐의 인형에게 무슨 관심이라도 있더냐."
 "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내게 훨씬 좋거든."


 두 사람이 입꼬리를 밀어 올린 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짧게 쉐리와 쉐리 사이에 서로에 대한 위로의 눈빛이 오갔다. 짧은 한숨 뒤로는 졸고 있는 네넴을 바라보는 스테이시아가 있었다. 아인과 나딘, 파르모와 지시자는 한데 모여 이야기에 열중이었다.


 "
소란스럽네요."
 "
그러게."


 그 모습을 웃으며 가만히 바라보던 씨씨가 슬그머니 이야기하니 마르그리드 또한 가만히 답했다. 대답이 돌아왔다고는 하나 제 쪽은 보지도 않고 입술만 달싹이는 모습에 씨씨는 입을 삐죽였다.


 "
선배 좀-"


 불만에 찬 목소리는 끝을 맺지 못했다. 공간을 가득 울리는 웅장한 종소리는 벽을 치고 몇번이나 다시 귀로 돌아왔다. 씨씨 뿐 아니라 모두가 우뚝 멈춰서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내 소리는 사그라져 여음만 자르르 귀에 남았다. . 찻잔이 원탁에 부딪혀 긴장을 끊었다.


 "
, 일어날까."


 마르그리드의 한마디가 신호인 양 그녀의 반대편에 위치한 문이 저 혼자 스르르 열렸다. 별다른 무늬가 없음에도 그 크기에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듯 위압감이 느껴지는 문이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한 명 한 명 줄지어 문을 나섰다. 그렇게 줄의 끝에 선 지시자의 모습까지 문 너머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그녀가 다시 빼꼼 문 옆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까치발을 들어 문고리를 붙들곤 한 손가락을 가만히 제 손에 가져간다.


 쉿.


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