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라이브!2018. 8. 19. 21:55

좋아해요.”

 

음절 하나 그리고 또 하나에 힘을 실어 토해내는 목소리에도 그것을 듣는 에리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

 

우미가 내뱉은 짧은 문장은 에리의 귓가 어디에 걸려있을 뿐이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대답은 의식 없이 입가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보다 한 박자 느리게 고개가 따라 돌아갔다. 그렇게 에리의 시선이 우미에게 닿았을 때 우미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절해, 에리는 채 몸을 다 돌리지 못한 그대로 멈춰 서버렸다. 슬픈 것인지 혹은 화를 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눈이었지만 그래도 우미는 에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가가 작게 떨렸다. 그리고 이내 우미의 미간이 구겨졌다. 에리의 표정이 달라진 것도 그와 동시였다. 우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던가, 에리는 확실하게 보지 못했다. 우미가 한 손을 들어 제 눈을 가리더니 고개를 푹 숙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모습 그대로 쥐어짜 내듯 한 번 더 목소리를 밀어냈다.

 

좋아해요, 선배.”

 

작게 오르내리며 떨리는 어깨에, 후배의 그런 약한 모습에 에리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에리는 뻗은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기 직전에 이해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그녀는 그제야 이해했다. 손이 작게 떨렸다. 뻗을 때보다 느리게 팔을 다시 물렸다. 그와 같이 걸음도 두어 걸음 물러나 우미와 거리를 두었다. 표정도 바뀌었다. 우미는 계속 무너진 그대로였다. 에리는 가만히 우미의 숙인 뒷머리를 내려보다 오른손을 제 등 뒤로 감췄다. 손에 힘이 빠지고,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아무 말 없는 두 사람 사이를 찢었다. 그 때 순간 렌즈에 스친 것은 경멸이 섞인 표정이었다. 조금 내려간 화면은 에리의 눈을 보여주지 않았다. 한마디 뭐라고 입을 움직였지만 모양뿐이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조금 후에야 에리와 우미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며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지막이라며 전부 끝내자는 감독의 욕심에 꽤나 길어진 촬영이었다. 우미와 에리 뿐만 아니라 현장 모두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에리씨. 곁에 다가온 스태프의 부름에 에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화를 이어갔다. 대부분은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간단하게 부탁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미는 두 사람 쪽을 잠시 바라보다 마무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선은 다시 그 가운데를 향했다. 가만히 온갖 생각과 함께 눈동자만 움직이는 와중에도 몸에 밴 습관으로 허리는 꼿꼿했다.

 

, 우미.”

 

에리는 어느새 뒤로 다가와 일어날 생각을 못 하는 우미에게 수건을 건네며 말을 걸어왔다우미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바로 돌아오는 반응이 없었다. 왜 아무것도 없는 쪽을 바라보고 있나 하고 에리가 우미의 옆에 쪼그려 앉으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 끝에 바닥에 부서진 머리핀이 눈에 들어왔다.

 

. 아까 소리가 저. 한참 버티더니 결국 마지막에 부서졌네. 아쉬워라. 예뻤는데.”

에리! , 감사합니다.”

 

놀란 반응으로 보아 주변에 에리가 다가온 것을 정말로 모르고 있던 모양이었다. 화들짝 에리쪽을 돌아보며 우미 멍하니 한쪽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그제야 에리가 건네는 수건을 눈치채곤 받아들였다. 에리는 땀을 닦아내는 우미를 바라보다 새삼스레 머쓱해져 여기저기로 눈을 돌렸다.

 

두 사람 다 이쪽. 확인해 보겠어?”

 

때 맞춰 둘을 부르는 감독의 목소리에 에리와 우미는 !’ 동시에 대답하고 슬쩍 서로를 향해 돌아보다 눈이 마주쳤다. 에리가 생긋 웃어 보이니 우미 쪽에서 먼저 시선을 돌려버렸다. 도망친 것 같다. 에리는 순간 떠오른 생각을 기분 탓이라며 고개를 흔들어 떨쳐버렸다.

 

평소보다 눈을 조금 낮게 뜬 채로 만들어진 동작을 한다. 화면에 비친 본인의 모습은 어딘지 낯설었다. 거울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구나. 에리는 새삼 신기해하며 모니터링을 계속했다. 화면 속의 그녀가 몸을 한 바퀴 돌리더니 유리 너머로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저기 서있는 나는 춤을 추고 있는 것과 비슷할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니까.”

 

감독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시선은 계속 모니터를 향했다. 그 때 화면이 바뀌었다. 웃고 있는 우미의 표정이 화면을 한가득 매워 어딘지 부끄러운 기분이 돼버렸다. 감독이 계속 무어라 자기 감상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에리는 힐끗 우미를 돌아봤다. 우미의 눈은 계속 화면에  고정돼있었다. 역시 우미. 대단한 집중력이네. 화면을 따라 움직이는 우미의 눈동자를, 다시 에리가 따라간다. 작게 오물거리는 입은 아마도 했던 대사를 안으로 따라 반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일순 우미의 표정이 변했다. 많이 티를 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가라앉은 눈으로 우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럴까하고 에리가 화면을 돌아보니, 때맞춰 보이는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내비친 표정이었다. 연기라지만 본인을 향한 것이니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화면이 검게 변했다.

 

이걸로 끝이네. 그동안 수고했어요, 두 사람 다.”

 

. 악수를 건네는 손을 맞잡으며 에리는 그제야 그 단어를 실감했다. 길다기에도 짧다기에도 미묘한 삼 주간의 시간이 끝이 났다고 한다. 어떤 기분인지 정리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에리에 이어 우미에게 악수를 건네는 감독 뒤로는 설치해둔 기구들의 정리가 한창이었다. 분주하게 뒷정리를 하는 스텝들을 보며 에리를 문득 삼 주전, 일의 시작을 떠올렸다.

 

 

***

 

 

-3학년 아야세 에리 학생은 이사장실로 와주세요.

 

방송을 듣곤 의아한 표정이 되어 에리는 부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마침 멀지 않은 복도에 있었다. 노크를 두번. 들어오세요. 안쪽에서 익숙한 이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하곤 에리는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렸다. 자신을 향한 시선이 익숙한 하나가 아니었다. 이미 안에는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부원도, 학교 관계자도 아니었다. 여대생일까. 정장 차림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진 않았다. 일단 꾸벅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하며 누구일까 고민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서와요, 아야세양.”

이야기 중이시면 밖에서 기다릴까요?”

 

에리의 물음에 답하기 전에 이사장과 그 손님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요. 아야세양과 관련된 분이니 들어오세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에리는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이사장실의 문은 언제나 꽤나 큰 소리와 함께 닫혔다.

 

 

***

 

 

"영화출연?“

 

여덟 명 분의 놀란 목소리가 겹쳐 부실을 가득 메웠다. 모두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가장 먼저 눈빛이 변해서는 이야기를 이어간 것은 니코였다.

 

"과연! 조금 늦기는 했지만 드디어 이 니코니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나타난 거구나!“

 

당황한 기색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니코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모두 조금씩 상기된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두셋씩 서로 눈을 맞추어 가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부실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적극적인 것은 단연 니코였다.

 

"그래서 장르는? 내 배역은?"

"잠시만. 잠시만. 하나씩 설명해줄게.“

 

에리가 두 손을 내저으며 니코를 진정시키는 사이, 그런 그녀의 뒤에 가만히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가 앞으로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부턴 내가 설명할게.“

 

처음 보는 얼굴에 다들 어렴풋이 짐작은 하면서도 누구인가 궁금해 하던 참이었다. 말을 꺼내자마자 소란은 가라앉았다. 부실을 한 바퀴 둘러보아 모두의 집중이 자신에서 쏠린 것을 확인하곤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우선 나는 이번에 일을 제안한 사람명함은 학생회장님 통해서 전해뒀으니 나중에 확인해봐. 우선 이것부터 확실히 할게. 내가 영화 출연을 부탁하고 싶은 건 저쪽의 두 사람이야.”

 

그녀가 두 손을 들어 가리킨 손의 끝에는 각각 에리와 우미가 있었다. 모두, 특히나 에리와 우미 두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지은 채로 굳어버린 와중에 니코만 냉정해진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장르가 어떻게 되는데요? 본격적인 얘기 전에 대본은 확인해 볼 수 있는 건가요?"

"자자, 하나씩 설명해 줄 테니까. , 우선 하나씩 받아줘요.“

 

그녀는 옆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한 뭉치의 종이 다발을 꺼내 들었다. 하나씩 하나씩 옆으로 전달해 부실의 모두가 전달 받고 보니 니코가 언급했던 대본이었다. 모두 받아들고 바로 읽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참 사륵 종이 넘기는 소리만 들리더니 어느 순간 비슷한 때에 소리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대본을 내려놓는 이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조금씩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들을 감독은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 괜찮은기가?”

 

가장 먼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것은 노조미였다.

 

신중히 결정해야 하긴 하겠지만 나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정작 당사자인 에리는 대본을 덮어 내려놓으며 비교적 가벼운 말투로 이야기를 받았다.

 

괜찮을까, 정말?”

뮤즈의 이미지에 문제는 없는 거야?”

당사자인 에리와 우미만 괜찮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각자 한마디 씩 보태는 와중에 감독이 나서며 설명을 시작했다.

 

다들 봤겠지만, 주인공인 여자아이와 그녀가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의 얘기야. 각각의 역할을 아야세양와 소노다양이 맡아줬으면 하는 거고. 이 후의 얘기는 이 점을 확실히 알아둔 채로 진행해줘. 일단 기획사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리려나. 작은 독립영화를 찍-”

 

파렴치합니다!”

 

갑자기 감독의 말을 끊으며 외친 것은 우미였다. 한순간에 모두의 이목이 그녀에게로 옮겨갔다. 우미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대본에 얼굴을 묻을 듯이 있었다. 이제는 모두 내려놓은 대본을 마지막 까지 정독한 모양이었다. 이내 그 마지막 페이지를 쫙 펼쳐 테이블에 쾅,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확고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저는, 절대! 절대 못해요!”

 

 

***

 

 

곤란한걸.”

 

감독이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이야기에도 단호한 표정의 우미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미의 이야기에 뮤즈의 모두 다시 대본을 펼쳐 들었다. 문제는 마지막 장면에 있었다.

 

, 키 키스라니! 그런 파렴치한! 저는, 절대로, 못 합니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있는 힘껏 고개를 휘두르는 우미의 표정은 단호했다. 입을 꾹 다물고 조심스럽게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전부 눈을 감아 차단해버린 지금도 생각에는 변화가 없어 보였다. 그런 우미를 가만히 바라보던 에리가 나서 대표로 해야 할 이야기를 꺼냈다.

 

죄송하지만 저희 멤버의 입장이 저렇다면 저희 쪽에서는 무리하게 진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감독은 금방 답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제 턱 주변을 감싸 쥐고 눈을 감더니 생각에 잠겨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는 감독은 조금 후련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하지. 개인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아. 대본을 수정한다면 괜찮겠어?”

 

 

***

 

 

그렇게 키스하는 장면을 지우고 대대적으로 대본을 수정하고도, 긴 설득 끝에 시작할 수 있었던 촬영은 의외로 순탄하게 끝이 났다. 삼 주간 매일 같이 에리와 우미 둘이 함께 돌아가던 길도 오늘로 마지막이었다. 귀갓길은 한산했다. 보도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드문드문 옆으로 차가 한 대씩 지나갈 뿐이었다.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걷자니 두 발소리가 겹쳐 들리다 쌩 지나가는 차 소리에 묻힌다.

 

어떻게 무사히 끝났네.”

그러게요.”

 

우미는 웃으며 에리의 이야기에 답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며 동시에 웃음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우미의 얼굴에 자리한 것은 계속 신경이 쓰이던 그 표정이었다. 슬쩍 곁눈질로 그런 우미를 살피던 에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 자리에 걸음을 멈췄다.

 

어쩐지 아쉬운걸.”

?”

 

우미는 에리가 멈추어 선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혼자 두어 걸음 앞 서 나가다 에리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에리는 손목의 시계를 내려 보았다. 여섯시를 조금 넘긴 시각. 이르진 않지만 해가 꽤나 길어져 아직 주변은 밝은 편이었다.

 

아직 시간은 괜찮은 것 같은데.”

 

에리는 일단 우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통보했다.

 

, 가자.”

? 저기 에리? 무슨-“

자자, 그러지 말고.”

 

억지로 이끄는 손길이었지만 우미는 저항하지 않았다.

 

 

***

 

 

정말이지. 지쳤습니다.”

그렇게 말은 해도 말이지. 우미가 나보다 훨씬 즐긴 거 아니야?”

 

실제로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앞으로 쭉 기지개를 켜는 에리의 표정은 우미에 비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에 발갛게 볼이 상기되어 있던 우미는 후다닥 표정을 감추며 무표정을 가장했다. 그런 우미를 향해 에리는 제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덧붙였다.

 

마지막에 게임센터에서 우미, 무서웠다니까.”

아니, 그런, 그건! 에리야말로 쇼핑할 때는 갑자기 사라지기까지 했잖습니까?”

, 그건-“

 

에리는 반사적으로 대꾸를 하려다 말고 슬쩍 자신의 교복 치마 주머니 안쪽을 뒤적였다. 그리곤 잡히는 것을 손 안에서 조금 굴리다 놓아주곤 눈꼬리를 늘어뜨리며 웃었다.

 

미안, 미안.”

정말이지. 말 없이 사라지면 걱정되잖아요.”

그치만 그렇게 따지면 우미도 별로 할 말은 없잖아.”

 

늦은 밤 귀갓길은 그 저녁의 이야기로 한 가득이었다. 저녁으로 한참의 고민 끝에 결정한 카레집. 이후의 장소들은 왜인지 에리의 독단으로 결정되었다. 옷가게, 악세사리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에는 들어선 것만으로도 잔뜩 긴장한 우미였다. 그곳을 빠져나올 때 즈음엔 이미 기운을 거의 다 탈진한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향한 게임센터에서도 역시 처음에는 별로 달갑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승부욕에 불타올라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에리 쪽에서도 물러 설 용의가 없어 결국은 게임센터를 나서면서 까지도 최종적으로 누구의 승리인지 날을 세웠다. 그렇게 뛰고, 웃고, 떠들고 저녁시간은 금방도 흘러갔다.

 

그리고 어느새 귀갓길의 갈림길이었다. 한적한 골목길에 가로등이 하나. 이전까지의 귀가시간에는 꺼져있던 가로등이 오늘은 밝게 길을 밝히고 있었다.

 

여기서 우미는 저쪽이었지?”

? , . 그렇네요. 오늘은 에리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 잠시만.”

 

제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가 싶더니 에리는 조그마한 머리핀을 하나 꺼내들었다. 단순한 검은 몸체에 꽃모양으로 올라간 푸른 보석. 익숙한 모양이었다.

 

이거 우미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는데, 깨져서 아쉬웠거든.”

 

직접 머리에 핀을 꼽아주는 것을 가까이에서 올려보다 눈동자를 아래로 내린다. 한계다.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쉽게. 우미의 표정이 무너져버렸다. 다됐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한걸음 물러나고서야 에리는 우미의 표정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우미?”

에리는치사해요.”

우미? 우는 거야?”

 

우미는 대답은 않고 고개를 똑바로 들며 에리를 향했다. 눈을 바로 마주치는 우미의 모습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마주했던 그 표정이었다.

 

좋아해요.”

 

. 먹먹한 목을 간신히 비집고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우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우미의 뒤로는 가로등 불빛에 뿌옇게 먼지가 끼어있었다. 손을 가볍게 말아 쥐고 있었다. 핀은 머리색과 잘 어울렸다. 그제야 에리는 우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에리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왜 우미가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그리고 왜 그녀 자신이 그렇게나 우미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는지.

 

좋아해요, 에리.”

 

말이 더 필요하지는 않았다. 에리는 우미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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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