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다시 볼 것처럼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던 요우는 한참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조만 간은 삼 년이 됐고, 요우는 여전한 손짓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바로 어제 만났던 마냥 ‘안녕, 리코쨩!’의 뒤로 멋쩍게 웃으며 ‘삼 년만이던가?’가 따라왔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 저녁 식사 후 술 한잔을 나누는 시간. 가볍게 한잔을 넘기며 근황을 나누고, 찾아온 잠깐의 침묵. 시선을 한 바퀴 돌리다 잔을 들어 맥주 한 모금을 삼킨다. 너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옛 추억 이야기들이 나올 타이밍에 리코는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때 기억나?"


아니나 다를까 요우가 운이 띄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가? 그게 쉬우면. 리코는 입술을 씹으며 생각을 삼키고, 미소를 지었다.


"그때? 언제?"

"그- 있잖아. 리코쨩이 도와줬을 때."


요우는 멋쩍게 웃으며 손에 쥔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가지는 않고 들었다 놓았다. 요우는 그렇게 '추억 이야기'의 서두를 끌어냈다.



전화 너머로 요우가 울었던 날. 그날에 요우는 치카와 혼자만의 화해를 했다며, 나중에야 리코에게 후련해진 표정으로 어서 오라는 이야기와 함께 전해왔다. 두 번째로 요우가 운 날은 수화기 너머가 아닌 리코의 앞에서였다. 그날 요우는 혼자서 치카와 이별했다. 치카의 앞에서 울지 못했던 요우는 리코를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울음도 자기가 삼키는 요우를 바라보다, 리코는 제안했다. 거짓말을 했다.


“한번 흉내라도 내볼까? 기분 전환 겸, 말이야.”


평소의 요우였다면 당황해 거절했을, 애초에 평소의 리코라면 제안하지도 않았을 이야기였다.


"나도 참 바보 같았지? 그때 정신 차리게 도와주느라 정말 고생했어, 리코쨩."


리코는 쓴웃음을 감추기 위해 술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요우는 더 입을 열다 말고, 자신의 잔 입구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리더니, 리코가 다시 잔을 내려놓고야 말했다. 수줍은, 어딘지 고등학교 2학년의 요우와 닮은 미소와 함께.


"리코쨩을 좋아하게 됐다면 좋았을 텐데."


적당히 늦고 어두워져 자연스럽게 자리를 정리했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조만 간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요우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이야 어둑했지만, 가로등은 밝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리코는 왠지 발걸음 옮기는 행동 하나도 어색하다 느꼈다.


“그렇네.”


자기 목소리로 내뱉는 말도 어쩐지 어색하게 귀로 돌아왔다.


"요우쨩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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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