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노조 <그림자에 대하여>
(전략) 그 순간 노조미는 그대로 지나가려던 시선을 다시 돌려 자신의 오른손을 향했다. 정확히는 책상 위, 오른손의 새끼손가락 옆으로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을 가만히 내려보았다. 그것은 마치 노조미의 시선을 느낀 양 살랑거리며 슬쩍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노조미는 가만히 내려보더니 그것이 손목 부근에 이르렀을 때 가볍게 두어 번 손을 털었다. 가볍게 흩어지며 날아간 그것은 형체도, 무게도, 경계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 존재했다. 그것을 노조미는 그림자라 불렀다.
기억을 천천히 감아 올라간다. 뮤즈와 만난 날의 기억. 오토노키자카로 전학을 온 날의 기억.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어린 날에 내려보았던 발의 끝.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기 위해 발돋움을 했을 때. 점점 흐릿해지는 기억은 어느 순간 뚝 끊어진다. 그 끝자락에도 그림자는 노조미의 곁에 있었다. 작은 손을 쥐락펴락할 때 그 위에서 그림자는 천천히 모여들었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살짝 서늘한 기분에 노조미는 그것을 퍽 재미있다 여겼다. 어린 노조미에게 그림자는 작은 친구와 다를 바 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느끼기 시작한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를 가리키면 모두 같은 표정을 보였다. 초등학교의 담임선생님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잘 모르겠다는 그 표정은 이내 하나같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으응.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 표정이 두려워 노조미는 그 이상은 누구에게도 이야기해 보지 못했다. 그렇게 부정하고, 조금만 가만히 버티고 서있으면 금세 노조미를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지고, 다시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림자는 그렇게 혼자 멈추어 선 노조미를 천천히 감아 올라갔다. 그때 노조미는 처음으로 제 팔을 기어오르는 서늘한 감각이, 그림자가 무섭다고 느꼈다.(후략)
니코노조 <15X2>
똑. 똑. 유독 크게 들려 계속 귀에 거슬리는 초침 소리를 흐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니코는 책상을 계속 두드려야 했다. 이렇게나 시간이 빨랐던가. 가만히 문을 노려보다 힐끔 시계를 향했던 시선은 금방 다시 부실 문을 향했다. 책상을 두드리는 검지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똑똑똑똑. 이상하게도 초침소리도 따라 점점 커지고 빨라지며 따라온다. 똑똑똑똑똑똑. 니코의 손가락은 멀찍이 서부터 들리는 요란하게 뛰어오는 소리를 듣고서야, 뚝 멈췄다. 밖에서 문고리가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니코는 두 손으로 책상을 쾅 소리가 나게 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늦어!"
"미-"
반쯤 열린 문 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민 노조미는 문고리를 붙들고 기대서는 숨을 한차례 몰아쉬고서야 말을 마칠 수 있었다.
"안하데이...."
니코는 팔짱을 끼고 그런 노조미를 흘겨보더니 또 흘끗 시계를 확인했다. 15분 전.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니콧치, 많이 화났나? 미안...."
“됐어.”
방금 안도했나? 아니면 실망했나? 스스로에게 속으로 물어보며 니코는 다시 의자에 몸을 털썩 몸을 던졌다. 와중에도 노조미는 우물쭈물 부실 문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무신 얘긴지는 몰라도 금방 수업 시작할 것 같은디 다음에 다시 하믄 안되나…?"
'다음에 다시'란 이야기에 곧바로 니코의 눈매가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잠시였다. 이내 얕지만 긴 한숨과 함께 손을 책상 밑으로 내리며 눈꼬리도 내려왔다. 노조미는 모른다. 앞으로 자신이 무슨 말을 할 지도. 나와달라고 부탁하기 전에, 자신이 몇 번이나 그만둘까 고민했는지도. 어떤 기분으로 여기서 그녀를 기다렸는지도. 노조미는 아무것도 모른다. 니코는 꾸욱 눈을 감았다 뜨곤, 노조미를 똑바로 마주봤다.
"됐어. 빨리 얘기할게."
그리고 시선을 내렸을 때, 무릎 위에 제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어 니코는 슬쩍 주머니 안으로 손을 감췄다.
(후략)
마키노조 <누군가의 백일몽>
먼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토죠 노조미는 오토노키자카 고교 3학년, 학생회의 부회장이다. 토죠 노조미는 스쿨 아이돌 뮤즈의 멤버이다. 토죠 노조미는 양 갈래 머리를 즐겨한다. 토죠 노조미는 조금 이상한 사투리를 쓴다. 타로카드를 즐기고, 신사에서 일을 하고, 어딘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까지가 네가 알고 있는 노조미겠지. 그럼 이제 네가 모르는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
“마키쨩.”
노조미가 테이블 너머에 앉은 마키 쪽으로 몸을 내밀며 이름을 불렀지만 마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팔짱을 낀 것도 풀지 않았고, 삐딱하게 앉아 옆을 향한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마키쨩. 여 안 볼 거가?”
재차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꿋꿋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오늘 내 보기 싫나?”
시무룩하게 가라앉은 노조미의 목소리에 조금 흔들렸지만 역시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내 그냥 가는 게 낫겠나?”
“뭐?”
하지만 이어진 이야기에는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키는 눈을 치켜뜨며 화를 감추지 못한 목소리가 반사적으로 나와버렸지만, 이어서 쏟아내지는 못했다. 진심으로 안도하는 연인의 웃음에 그만 맥이 풀려버렸다.
“이제야 봐주네. 내 또 늦어서 정말, 저엉말 미안하데이.”
토죠 노조미는 니시키노 마키와 교재중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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