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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25 다이치카
  2. 2018.08.19 요우리코 앤솔로지 원고
  3. 2017.03.02 요우리코 단문3
  4. 2017.02.24 리퀘박스-카나다이 2
  5. 2017.02.21 [요우리코] 봄 2
  6. 2017.01.15 요우리코 단문

 

 

 

 

 

 

  알람 소리도 없이 벌떡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은 다이아의 눈은 아직 감겨있었다. 더듬더듬 침대를 밀어내고 크게 기지개를 켜고 나서야 눈이 뜨였지만, 아직 비몽사몽간인 듯 시야가 흐릿했다. 와중에도 몸에 익은 대로 세안을 마치고 교복을 갖춰 입은 후에 루비를 깨우고 나서야, 바깥사람들에게 익숙한 ‘쿠로사와 다이아’의 모습이 되었다. 학교를 향하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었지만 다이아는 현관을 향했다. 그러다 복도 한쪽에서 전신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고는 한 가닥 흐트러진 머리를 다듬어 핀을 다시 꼽았다. 교복 치마 주름을 가다듬고 마지막으로 타이를 바르게 매만졌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현관에서 검은 구두를 가지런히 꺼내 신고 뒤를 돌아본다.

 

  “다녀오겠습니다.”

 

  다이아는 집안을 향해 인사한 뒤 문을 나섰다. 날이 많이 선선해진 것을 느끼며 그는 자연스럽게 발이 향하는 길을 걸었다.

 

 

 

  같은 시각에, 같은 복장으로, 같은 길을 나서, 같은 장소에 도착한다. 학교란 공간은 좀처럼 변화가 없는 곳이다. 우치우라 정도의 시골 마을에 우라노호시 같은 작은 학교가 되면 더더욱 그러했다.

 

  “다이아쨩!”

 

  어쩐지 간지럽게 느껴지던 호칭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되고 이내 일상이 된다. 다이아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치카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쩐 일로 일찍 나왔네요?”

  “수저 물고 조니까 미토 언니가 쫓아냈어…….”

 

  우물우물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와 함께 치카의 어깨도 작게 쪼그라드는가 싶더니 금방 다시 ‘그런 것보다!’를 외치며 살아났다. 엊저녁에 시이타케가 이유 없이 짖었던 일과 작사로 머리를 싸매다 하나씩 입에 넣은 초콜릿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열댓 개가 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치카에게 다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는 추임새를 넣었다. 그가 추천해준 뮤즈의 무대를 보았단 얘기에는 다이아의 목소리도 눈에 띄게 높고 빨라졌다. 이른 시각, 짧은 등굣길, 언덕을 오르는 발걸음, 조금은 싸늘하게 느껴지는 아침 공기, 그리고 옆에서 웃는 치카까지 모두 조각조각 스미어 다이아의 일상이 되었다. 이전보다 조금 덜 반가워진 교문을 마주치게 되는 것도 일상의 하나였다.

 

  “그럼 먼저 들어가세요.”

 

  다이아의 배웅 후에도 치카는 왜인지 학교로 들어가지 않고 다이아를 가만히 올려보더니 급기야는 미간이 좁아졌다. 다이아는 딱, 그 순간 때맞춰 무슨 일인지 묻기 위해 입을 열고 있었기 때문에 치카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다이아가 인식한 것은 치카가 이미 그에게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뺨에 입을 맞춘 후에.

 

  “헤헤헷.”

 

  치카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이따 봐 다이아쨩!”

 

  그리곤 후다닥 교정을 가로질러 건물로 들어갔다. 문을 돌아가다 다시 빼꼼 나와서는 다이아에게 크게 한 번 더 손을 흔들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치카가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다이아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 쥐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정말, 당신은 도무지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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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1.


“덥네.”


봄이 오는데 걸린 날에 비해 여름이 다가오는 속도는 한 달음이었다. 다가오는 러브라이브 예선에 연습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동시에 더워지는 날에 모두는-심지어는 그 카난도-지친 기색을 보였다. 잠시 가지는 휴식에 가장 먼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 하나마루부터, 다들 볼이 발개진 채로 가빠진 호흡을 내뱉으며 땀을 닦았다.


카난은 제 무릎에 두 손을 짚은 채로 숨을 크게 한번 몰아쉰 후에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루비는 호흡도 채 돌아오지 않아 보였지만 옆의 다이아에게 자신의 동작을 확인받고 있었고, 치카와 요시코는 부실에 두고 와버린 두 사람 몫의 수건을 누가 챙겨오는가를 걸고 진지하게 가위바위보가 한참이었다. 카난의 시선은 이내 요우가 리코에게 물병을 건네고 있는 방향을 향했다. 무슨 생각인지 그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양쪽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 표정으로 요우 쪽으로 향했다.


“두 사람 요즘 만날 시간도 없는 거 아니야?”

“응?”


요우는 제 어깨를 툭 건들며 건네오는 카난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먼저 반응한 것은 반대편에서 하나마루의 동작을 고쳐주던 마리 쪽이었다.


“잠깐, 카난?”


마리가 돌아보며 곤란한 표정으로 카난을 제지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카난이 다시 입을 여는 쪽이 더 빨랐다.


“응? 두 사람, 사귀고 있잖아.”

“카난 씨!”


급히 달려온 다이아와 마리가 카난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서야 카난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닫았다. 그리곤 경악한 1학년과 치카의 표정을 마주하고 머쓱하게 웃었다. 잠시 모두가 침묵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카난은 뒷목을 긁적이며 덧붙였다.


“혹시 비밀이었어?”

“에?!”


네 명에게서 동시에 터져 나온 소리는 옥상에서부터 근처의 산 구석까지 퍼져나갔다. 카난에게 집중됐던 시선은 동시에 슬쩍 뒤로 빠져 있던 요우와 리코에게로 향했다. 그사이 요우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고, 치카의 ‘요시코 쨩’에 반응한 요시코가 빠르게 그 퇴로를 차단했다.


“저, 우리…… 그, 슬슬 연습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2.


우선은 급히 도망가려던 요우를 치카와 요시코가 양쪽에서 붙잡았다. 그리고 요우가 붙잡혀 추궁당하는 사이 분위기를 살피다 슬쩍 빠져나가려던 리코는 하나마루가 끌어안아 버려 붙잡혔다. 그렇게 두 사람 모두 탈출은 실패했고 연행당하다시피 부실로 끌려갔다.


요시코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면서 좌우로 밖을 살펴본 뒤, 문을 닫았고 순식간에 요우와 리코를 둘러싼 작은 청문회장이 만들어졌다. 나란히 앉힌 두 사람의 건너에 치카가 앉아 두 사람을 빤히 노려봤고, 그 나머지는 세 사람을 둘러싸고 서 있어 자연스럽게 그림자가 졌다. 턱을 괴고 앉아 찌푸린 치카의 표정이 그 덕에 제법 그럴듯하게 보였다. 그럴듯한 모습에 외려 웃음이 나올 것 같으면서도 요우와 리코는 앞으로 자신들 앞에 놓일 상황을 생각하니 긴장이 더 크게 앞섰다.


“일단…… 불부터 끌까?”

“자! 심연의 소리에 귀를 귀 기울이도록!”


요시코의 말이 시작됨과 동시에 루비가 부실의 불을 끄고 마리가 어디서 찾았는지 스탠드를 책상에 올려놓으며 스위치를 켰다.


“oh! mysterious!”


눈을 반짝이는 마리를 돌아보며 요우가 울상인 표정으로 올려봤다.


“마리 쨩은 우리 편 아니었어?”

“요우 쨩은 시끄러워! 시끄러워! 자. 그럼 지금부터 제1회 요우 쨩과 리코 쨩에게 진실을 촉구하는 질문 타임이 있겠습니다!”


‘1회?’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요우의 외침은 모두 무시하고 치카가 말을 이었다.


“그럼 첫 번째 질문은-”

“me! me! 나! 나부터 할래!”

“마리 선배?!”

“그치마안 마리도 궁금한 건 많았는걸.”


한쪽 눈을 찡긋거리면서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마리를 바라보며 입을 뻐끔뻐끔하던 요우의 항의는 치카에 의해 제지됐다.


“자, 그럼 청문회 시작이야!”

“이거 청문회야?!”

 

Q1. 자 어쨌든 그럼 마리 먼저! 두 사람 진도는 어디까-아! 아! 아파 다이아 아프다고! 알겠어. 알겠어. 그럼 음……. 어디보자…….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했어? 아, 정말! 다이아 때문에 완~전 재미없는 질문이 됐잖아. 아무튼, 그래서 일주일 전에 누마즈에서 둘이 머리핀 고르고 있을 때? 아니면 사흘 전에 둘이 shiny-한 새벽 바닷가에서 손잡고 있었을 때쯤?

A1. 마, 마마마마리 쨩 그거 다 본 거야? 전부? 아아아아……. 분명히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보고 있었어? 어? 뭘…… 했진 않았지 물론. 특별히. 어. 그치. 아 정말 너무해! 그만 놀려, 마리 쨩! 아, 응. 그건 바닷가 쪽이 맞습니다. 네. 항복 항복. 와타나베 씨는 벌써 너덜너덜해져 버렸어요. -앗 그렇구나. 다녀와요 다이아 선배. 역시 힘들구나, 학생회장은. 아, 혹시 도울 일이 있으면 나도- 네.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응? 스, 킨쉽? 다이아 씨 가자마자 이러기야? -음……. 그. 손, 정도는 잡았어요. 끝! 정말 끝!

 

Q2. 아, 내 차례? 음……. 뭐로 할까. 아까 그거? 두 사람 만날 시간은 있, 겠구나. 어떻게든 하는 거지 역시 그런 건. 응응. 그럼, 두 사람 데이트는 주로 어디서 해? 아, 방금 얘기한 그런 곳들이려나? 그러고 보니 그날 말 걸려다 다이아랑 마리한테 붙잡혔었는데, 비밀이어서 그랬구나.

A2. 그때 다 같이 본 거였어? 하아……. 그렇지. 사실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도 하고 둘이 낼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하진 않았으니까. 그나마 여유가 있으면 시내로 나가거나, 아 그것도 몇 번 안 됐고, 아니면 근처 산책 정도였지. 그러게요. 그러면서 안 들키길 바랐던 게 너무했던 걸지도 모르겠네.

 

Q3. 왜! 왜왜왜 비밀로 한 거야? 왜 말 안 해줬어? 왜 나한테까지 비밀로 했던 거야! 왜 숨긴 거야?!

A3. 미안, 치카 쨩! 요우 쨩도 나도 일부러 숨긴 건 아니야. 그냥 타이밍이 조금 안 맞았어. 아무래도 시기가……. 말하려다가도 집중해야 할 것 같아서 지금은 괜히 얘기했다 집중만 흐트러뜨리고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게 아닐까 고민하다 보니 하루하루 지나서- 아, 다이아 씨 오셨어요? 일은 잘 해결되셨나요? 네. 아무.튼 음. 그래서, 그니까 대회 후에 얘길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로! 계속 얘기 안 할 생각은 아니었고, 서운하게 만들 생각은 더더욱 없었어. 정말! 정말이야! 그래도…… 미안해, 치카 쨩.

 

Q4. 루비도 궁금한 게 있는데 다음은 루비가 해도 될까요? 저기, 요우 선배랑 리코 선배랑 둘 중에서 누가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나요?

A4. 아. 그건 물론 나였지.


“-응?”


단언하며 바로 답을 한 요우는 리코의 시선과 함께 돌아온 반응에 자기도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

“아니아니, 요우 쨩. 그건 아니잖아.”

“응?”

“먼저 좋아한 게 요우 쨩이라고?”

“응. 그렇잖아.”

“언젠데? 말해봐.”


주변에 자신들이 있단 걸 잊어버린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모두 슬쩍슬쩍 시선을 교환해가며 눈치를 살폈다.


“아니 그건-“

“거봐. 말 못 하잖아. 근데 어떻게 확신해?”

“그런 얘기 아니었잖아. 리코 쨩, 화난 거야?”

“아니야. 요우 쨩이야말로 지금 그런 얘기하자는 게 아니잖아.”


뭐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린 것 같지? 어떡하지. 계속 있다가 괜히 리코 쨩한테 혼날 것 같은데. 슬슬 마리랑 모두는 빠져줄까? 은밀하게 입 모양과 시선으로 의견을 주고받다 문에서 가장 가까운 루비부터 차례로 부실을 빠져나갔다.

 

 

 

 

3.


마지막으로 도착했을 거라 생각하며 문을 열었는데, 부실에는 리코 쨩이 혼자 앉아있었다.


“아. 다이아 선배네랑 카난 선배 쪽에 급한 일이 생겨서 회의는 다음에 하기로 했어. 치카 쨩이 연락 안 했어?”


핸드폰을 열어봤지만, 메일도 부재중 내역도 새로운 것은 없다며 ‘0’으로 떠 있었다. 혹시 잘못해서 눌렸으려나, 하고 확인해 보았지만 역시 와있는 연락은 없었다.


“응. 안 왔네. 뭔가 엇갈렸나 봐.”

“나도 슬슬 갈까 하고 있었는데. 그럼 마침 마주쳐서 다행이네.”


리코 쨩이 웃어, 마주 웃었다. 아하하. 역시 조금 어색한가. 어서 와. 그리고 다녀왔어. 두 마디가 서로의 사이에 있던 많은 것을 허물었지만, 막상 둘이 있자니 조금 어색했다. 아니, 부끄러운 쪽에 가까웠다. 생각해보니 수화기 너머에서 우는 것을 들켜버린 일 이후로 단둘이 있는 것은 처음이네.


“아. 그렇지.”


응? 방금 리코 쨩 목소리 조금 떨렸나? 순간 생각이 스쳤지만, 잠깐이었고 내 착각이겠거니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기, 잠깐 시간 괜찮을까?”


고개를 끄덕이니, 리코 쨩은 곧장 팔을 붙잡아 끌며 부실을 나섰다. 어쩐지 조금 평소보다 걸음이 빠르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며 뒤를 따라가다 보니 도착한 곳은 음악실이었다.


“요우 쨩에게는 한 번쯤 들려주고 싶었어.”


피아노를 만지작거리며 옅게 웃는 모습에 반기며 답했다.


 “와! 나도 보고 싶어!”


잘 보이는 자리를 잡고 앉아 리코 쨩을 바라보니 눈을 한번 마주쳐주고 리코 쨩도 피아노 의자를 당겨 앉았다.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입을 꾹 다물고 첫 건반을 누른다. 동시에 잠시 호흡을 잊었다. 가끔 혼자 생각에 잠길 때 잠깐씩 엿보았던 조금 가라앉은 표정으로, 경직된 채 움직이는 팔과 어깨. 리코 쨩은 저렇게 싸운 거구나.  멋있다. 감탄은 눈에서 귀로 옮겨갔다. 선명하게 울리는 소리는 수영장의 가장 바닥에서 느끼는 것과 닮아있었다. 그 전부가 온몸을 이끌었다. 음악실은 연주회장이 되었고, 나는 스포트라이트 아래의 무대를 올려 보는 관객이 되었다.


저 애는 특별해.


손이 건반에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박수로 연주자에게 존경을 표했다.


“무슨 박수를 그렇게 열심히 쳐. 조금 부끄럽네.”


리코 쨩의 목소리에 음악실로 돌아왔다. 연주를 마무리하는 정중한 인사는 없었다. 관객도, 스포트라이트도, 화려한 드레스도, 막을 내리는 커튼도 없었다.


“아.”


음악실에는 리코 쨩과 나, 두 사람뿐이었다.


“아. 와. 정말. 진짜 정말 좋았어! 진짜로. 정말로! 와. 나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진짜진짜 너무 좋았어.”


그다음 장면의 ‘조금 부끄러워하며 입을 여는 리코의 목소리’는 요란스러운 알람 소리가 끊어버렸다. 연주회장도, 학교의 음악실도 아닌 내 방의 침대 위.


아. 알았다. 리코쨩을 좋아하게 된 날.


왜인지 정답을 찾은 것 치곤 썩 개운한 기분이 아니었다.

 

 

 

 

 

4.


선명한 꿈을 꾼 탓일까. 등교 길부터 몸이 무거워 요우는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요우 쨩, 좋은 아침!”

 “요소로! 좋은 아침, 치카 쨩!”


치카를 보며 인사하다 그 옆의 리코와 눈이 마주쳤다. 스치는 시선에 웃어주어 마주 웃는 두 사람의 사이로 치카가 슬쩍 끼어 들어왔다.


“지이이. 두 사람은 당분간 자숙기간이야! 알고 있지?”

“아하하. 치카 쨩 너무 그러지 말고-“


아. 그렇구나.


“치카 쨩, 아직 삐져있는 거였어?”

“삐진 게 아니지 이건!“


저 애는 특별해. 진짜야.


치카와 대화를 나누며 웃는 리코의 표정 위로 자신의 목소리가 겹쳤다. 내뱉은 적은 없지만, 분명 머릿속에 맴돌았던 자신의 것이 맞았다. 어딘지 찝찝한 기분이 드는 이유의 끝자락을 잡았다. 퍼즐이 맞아 들어갈수록 보이는 것은 보고 싶지 않은 그림이었다. 부끄러워.


“요우 쨩? 어디 안 좋아?”


걱정스런 시선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의식도 못 한 채로 어물어물 둘러대다 보니 시선이 더 짙어졌다. 지금 좀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 눈길을 피해 시선을 사선으로 돌리고, 뻣뻣하게 움직이다 그대로 내달렸다. 이래서는 어색했는지 아닌지 고민할 것도 없잖아. 그렇게 속으로 자신을 책망하며 요우는 일단 내달렸다. 어차피 교실에서 다시 봐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 건 교실 문 앞에 서서야였다.

 

 

 

5.


“앗! 요우 쨩이다! 요우 쨩! 리코 쨩이 찾고 있었어.”


교문 근처에서 치카가 먼저 요우를 발견하고 크게 팔을 흔들며 소리쳐 불러왔다. 요우가 쉬는 시간마다 리코를 피해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실을 뛰쳐나와 여기저기를 방황하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치카와도 별달리 대화를 나누지 못한 하루였다. 그리고 요우는 마주 인사하려다 리코가 찾고 있었단 소식에 치카도 눈치챌 정도로 굳어버렸다.


“혹시 어제 일 때문이야? 그럼 치카가 미안해.”

“앗. 아니야.”


두 사람은 같이 길을 걸어 내려가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애써 이야기를 돌리며 둘러대다 보니 내리막길이 끝나가고 있었다.


“리코 쨩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붉은색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요우는 반사적으로 뒤돌아 도망쳐버렸다.

 


***

 


한숨을 내쉬고 리코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언제나의 하교 시간은 한참도 전에 훌쩍 넘겨 평소라면 집에 귀가했을 시간이었다. 음악실을 주욱 둘러 살피던 시선은 피아노 근처에서 잠시 머무르다 떨어졌다. 저벅저벅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걸어가 음악실 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턱에 서서 돌아보며 툭 내뱉는다.


“요우 쨩.”


덜컹거리는 책상 쪽을 빤히 바라보자 새빨개진 얼굴을 부여잡고 요우가 기어 나오며 일어섰다.


“찾았잖아.”

“미안.”

“힘들었다고. 막 뛰어다니고.”

“미안해…….”

“왜 도망간 거야? 어제 일 때문이야?”


요우는 목이 꽉 들어차 막히는 감각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열심히 가로저었다. 바보 요우. 별것도 아닌데 이러면 더 이상해지잖아. 슬쩍 올려보았다 눈이 마주쳐 급히 다시 내렸지만, 이미 리코의 표정이 뇌리에 새겨진 후였다.


“나!”


반사적으로 터져 나왔지만 다음을 잇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나 기억났어. 리코 쨩은 좋아하게 된 거. 그 날 음악실에서 였던 거야. 그 때 리코 쨩이 정말 대단해 보였어. 정말, 정말 대단해서 그 옆에 있던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될 정도로. 나는, 리코 쨩의 특별함에 기대고 싶었던 거야.”


돌아온 건 요우의 이마를 가격한 리코의 손가락이었다. 감싸 쥐고 당황한 표정으로 올려보니, 자기가 더 아파하며 손가락을 흔들 던 리코는 요우와 눈이 마주치니 한껏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내가 이겼네.”

“응?”

“요우쨩이 나한테 반한 거 그때란 거잖아.”


둘 중 누가 먼저 좋아하기 시작한 거에요? 루비의 질문 뒤에 나누었던 대화를 요우는 그제야 떠올렸다. 살짝 입을 벌린 요우의 반응에 리코는 잠시 뜸을 들이다 덧붙였다.


“혹시 아직도 그 날 단둘이 있었던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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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금방 다시 볼 것처럼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던 요우는 한참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조만 간은 삼 년이 됐고, 요우는 여전한 손짓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바로 어제 만났던 마냥 ‘안녕, 리코쨩!’의 뒤로 멋쩍게 웃으며 ‘삼 년만이던가?’가 따라왔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 저녁 식사 후 술 한잔을 나누는 시간. 가볍게 한잔을 넘기며 근황을 나누고, 찾아온 잠깐의 침묵. 시선을 한 바퀴 돌리다 잔을 들어 맥주 한 모금을 삼킨다. 너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옛 추억 이야기들이 나올 타이밍에 리코는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때 기억나?"


아니나 다를까 요우가 운이 띄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가? 그게 쉬우면. 리코는 입술을 씹으며 생각을 삼키고, 미소를 지었다.


"그때? 언제?"

"그- 있잖아. 리코쨩이 도와줬을 때."


요우는 멋쩍게 웃으며 손에 쥔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가지는 않고 들었다 놓았다. 요우는 그렇게 '추억 이야기'의 서두를 끌어냈다.



전화 너머로 요우가 울었던 날. 그날에 요우는 치카와 혼자만의 화해를 했다며, 나중에야 리코에게 후련해진 표정으로 어서 오라는 이야기와 함께 전해왔다. 두 번째로 요우가 운 날은 수화기 너머가 아닌 리코의 앞에서였다. 그날 요우는 혼자서 치카와 이별했다. 치카의 앞에서 울지 못했던 요우는 리코를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울음도 자기가 삼키는 요우를 바라보다, 리코는 제안했다. 거짓말을 했다.


“한번 흉내라도 내볼까? 기분 전환 겸, 말이야.”


평소의 요우였다면 당황해 거절했을, 애초에 평소의 리코라면 제안하지도 않았을 이야기였다.


"나도 참 바보 같았지? 그때 정신 차리게 도와주느라 정말 고생했어, 리코쨩."


리코는 쓴웃음을 감추기 위해 술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요우는 더 입을 열다 말고, 자신의 잔 입구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리더니, 리코가 다시 잔을 내려놓고야 말했다. 수줍은, 어딘지 고등학교 2학년의 요우와 닮은 미소와 함께.


"리코쨩을 좋아하게 됐다면 좋았을 텐데."


적당히 늦고 어두워져 자연스럽게 자리를 정리했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조만 간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요우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이야 어둑했지만, 가로등은 밝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리코는 왠지 발걸음 옮기는 행동 하나도 어색하다 느꼈다.


“그렇네.”


자기 목소리로 내뱉는 말도 어쩐지 어색하게 귀로 돌아왔다.


"요우쨩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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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 보고싶은 소재나 상황
  • 모든 것의 첫번째 (ex첫친구, 첫키스, 첫 애인 등 모든 경험의 처음)






첫 번째. 네가 내 모든 것의 첫 번째였다.


“자. 다이아.”


작은 개울의 돌다리 너머에서 자신에게 내미는 카난의 손에 어쩐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기시감일까. 스스로 알 수 없는 위화감에 기다리고 있는 손을 바로 잡지 못했다. 잠깐이었지만 무언가 걸리는 느낌을 스쳐 보내지 못했다.


“다이아?”


재차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손을 내려보고 있던 시선을 올려보니 카난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라 있었다. 아차 싶어 우선 손을 맞잡았다. 하하.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가볍게 넘어가며 카난은 다이아의 손을 이끌었다. 여차. 다이아는 끌어주는 손에 의지해 개울을 건너고 가볍게 치마를 털어내고 복장을 정돈했다.


“그럼 갈까?”

“네. 이동하죠.”


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은 나란히 걸을 수 없었고, 다이아는 자연히 먼저 앞서가는 카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 뒤를 따르다, 계속 보게 되는 뒷모습에 왠지 모를 기시감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아. 그리고 다이아는 알았다.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왠지 이미 본 것 같은 모습. 당연하다. 다이아가 보는 것은 언제나 카난의 뒷모습이었다. 생각해보노라면, 카난은 언제나 다이아의 앞에 있었다.


쿠로사와, 맞지? 첫 만남에 먼저 손을 내민 것 역시 카난이었다. 집안의 건물 한 쪽에 기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아무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작은 틈에, 한 명 말을 걸어온 것이 역시나 작은 어린아이였던 카난이었다. 하하. 그때에도 지금과 다를 것 없는 웃음으로 먼저 말을 걸어오는 카난은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그때 손을 내민 것이 다이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가족 이외의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카난이 처음이었다. 네가 좋아. 처음으로 들어본 고백은 끌어안은 채여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이 역시 카난이었다. 학생회 일을 핑계 삼아 단둘이 남은 교실에서의 첫 번째 입맞춤 역시 카난과 함께였다. 다이아의 모든 처음에 카난이 있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카난은 언제나 다이아보다 한발 앞에서 다이아에게 손을 내밀어왔다.


“-아. 다이아!”

“네, 네네네?”

“정말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해? 다섯 번쯤 불렀는데.”


무슨 생각-카난이 던진 한마디와 동시에 하던 생각이 문장이 되어 다이아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다이아는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붙잡고 구부정하니 얼굴을 묻었다.


“다이아? 어디 안 좋아? 괜찮아?


당연하게도 바로 다가와 몸을 낮추며 걱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를 건네는 카난의 반응에 더 얼굴을 깊게 묻었다. 귀가 뜨겁다.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을 해버렸다. 치졸한 생각을 해버린 걸 카난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디 안 좋으면 내려가자. 부축해줄게. 힘들 것 같으면 기다릴래? 도와줄 사람을 불러올게.”


내 처음은 카난, 당신이에요. 카난의 처음은 내가 아니야?


“기다릴래? 대답하기 싫으면 고개만 끄덕여.”


다이아는 고개를 저었다. 앞에 같이 쭈그려 앉아 제 팔에 얹은 카난의 손을 반대쪽 손으로 붙잡으며, 고개를 들고 카난을 마주 봤다. 걱정 가득한 눈을 마주 보며 다이아는 부끄러워 털어놓고 싶지 않은 문장을 목 위로 끌어냈다. 한껏 걱정시켜놓고 겨우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항상 먼저 도와준 것에 괜한 생각을 한다고 염치없다 여기면 어쩌나. 걱정을 덮는 것은 또 다른 걱정이었다. 우선 카난은 다이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곱씹었다. 이해하고, 곧 카난은 다이아에 뒤지지 않을 만큼 귀 끝까지 새빨개졌다.


“내가 처음으로 또래의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 거, 가끔씩 혼자 벽에 서 있는 귀여운 아이를 보고 며칠인가를 벼르고 했던 거였어.”


이번에는 카난이 제 뒷목을 주무르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고 싶은 일을 앞에 두고 웃는 다이아를 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끌어안고 싶다고 생각했어. 입을 맞추고 싶다고. 옆에 있고 싶다고. 그러니까-”


카난은 다시 고개를 들어 멍한 표정의 다이아를 마주 보며 웃었다.


“내 모든 처음이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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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봄이다.


어떨까? 1년이야. 1년만 그렇게 해보자. 1년 전의 이곳에서 리코는 웃으며 요우에게 이야기했다.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 이야기에 이끌려 그렇게 1일째에 손을 끌어 맞잡는 온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어색하지만 한껏 꾸미고, 또 꾸며낸 것이지만 나름대로 들뜬 마음으로 공원을 향했던 날이 이틀째였다. 거리를 거닐며 나누는 평범한 대화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3일째 되는 날. 포옹을 시도하는 요우의 뻣뻣한 동작에 리코는 웃으며 자신이 먼저 등 뒤로 두 손을 포갰다. 하루 종일 카페에서 둘이 같은 노래를 귀에 담은 것이 아마도 일주일 째 되던 날. 밤공기로 열을 식히며 긴 통화를 나눴던 것은 열흘째였을 것이다. 30일 즈음 되었을까. 그날에는 바다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함께 보았다. 백일째라고 작은 선물을 주고받은 것은 초여름의 일이었다. 가을의 어느 날에는 함께 일부러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 소리를 즐겼다.


그렇게 365일째의 오늘. 다시 봄이다. 분침이 점점 약속 시간으로 다가가는 것을 어떻게 밀어낼 수 있을까. 요우는 아직 못다 한 말을 헤아리고, 또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을 헤아리며 리코를 기다렸다. 아직은 봄이라기엔 너무 쌀쌀한 날이었다. 리코는 항상 약속 시간을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정확히 지켰다. 그러니 이제 곧. 요우는 아직 리코와 단둘이 한 번쯤 도쿄에 가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단 걸 기억했다. 세시. 약속한 시각이었다. 리코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아직 리코에게 아침을 만들어 준 적이 없었다. 아직 제대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아직 올해의 벚꽃을 보지 못했다.


요우쨩.”


세시 십분. 요우는 도착한 리코를 웃으며 맞았다. 괜찮아. 리코쨩도 같은 생각일 거야. 지난 1년간 그랬는걸. 그렇게 믿으며 요우는 지난 몇 분간 자기의 생각을 하나둘 풀어놓았다. 그리고 요우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던 리코는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요우가 입을 꾹 다문 후에야 입을 열었다.


“1년간 정말 좋은 시간이었지.”


리코는 그렇게 운을 떼며 요우가 앉은 벤치의 바로 옆에 털썩 앉았다. 다리를 조금 흔들며 잠시 말을 고르는 사이, 요우는 시선 둘 곳을 찾다 결국 두 사람의 사이에 놓아둔 제 손끝을 향했다.


나 요우쨩 덕분에 정말 행복했어. 정말이야. 그런데 있지 나 그런 생각도 해. 마지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행복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마지막을 상상하는데, 그리고 걱정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을 수 있었잖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요우쨩.”


그리고 안녕까지는 금방이었다. 혼자 남은 벤치에서 요우는 손끝이 빨개진 두 손을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역시 봄이라기엔 아직 너무 쌀쌀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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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수신음과 함께 켜진 핸드폰의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리코는 읽던 책을 덮어 책장에 집어넣었다. 리코는 곧 의자에서 일어나 잠시 침대에 대충 걸쳐뒀던 외투를 집어 들고 전신 거울 앞에서 입으며 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리고 나서야 핸드폰을 열어 메시지를 읽었다.


<잠시 시간 괜찮아?>


리코는 핸드폰 화면을 끄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언제나와 같이 바닷가에서 만나 잠시 파도 자락을 아슬아슬 걷는다. 항상 앞장서는 쪽은 요우였다. 리코는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요우의 등을 바라보았다. 리코가 자신의 그림자가 요우에게 닿을락 말락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요우가 웃으며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다음은.


"무슨 일 있어?"


언제나와 같이 넌지시 물었다.




와타나베 요우는 사쿠라우치 리코의 앞에서만 운다. 내가 요우에게 특별한 존재구나. 리코는 그것이 기뻤다. 기쁘고, 또 기뻤다. 조금씩 들뜬 기분들은 점점 뭉쳐 모였다. 그리고 묵직하게 리코에게 돌아왔다.

요우는 고개를 숙이고, 훌쩍일 때마다 어깨를 떨었다. 리코는 그런 요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리코..쨩."


와타나베 요우는 사쿠라우치 리코의 앞에서는 운다. 되돌아온 것은 더이상 기쁨이 아니었다. 맴도는 문장은 정리해내지 못해 혀끝을 넘지 못하고 흩어졌다. 왜. 그 하나만 남아서 리코는 그대로 토해냈다. 왜. 왜. 왜. 그 한마디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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