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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31 그랑블루 배포본
  2. 2014.06.07 모드블닼 위주 쉐팔
글/뱅가드2015. 5. 31. 22:46
 
딸랑. 
딸랑. 
딸랑. 
소리가 점점 선명해진다. 천천히 흔들리는 방울 소리가 어느덧 분명해졌을 때, 희뿌연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조금씩 밝아져 오긴 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눈앞의 모습에 미간을 구기고 있자니, 안개 너머 정면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것이 어렴풋이 보인다. 방울 소리는 바로 앞에서 멈춘다. 안갯속에서 불쑥 나타난 손에는 낡은 램프가 들려있다. 딸랑. 방울 소리는 그 위에 달린 조그마한 것이 내고 있었다.

“보이는군요. 제 얘기, 들립니까?

. 대답하려다 그제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인다. 램프가 두 번 위아래로 흔들린다.

“좋습니다. 잘됐군요. 아니. 안타까운 일일까요. 저는 모르겠네요. 판단하는 것은 저의 일이 아니죠. 아무래도 좋은 일 일까요. 일단 따라오시겠습니까?

빛이 사라진다. 동시에 시야가 넓어진다. 아마도 앞에 보이는 등이 램프를 들고 있던 손의 주인일 것이다.

“따라오세요. 이쪽입니다.

몸을 일으킨다. 조금 비틀거리며 균형을 잃지만 금방 자리를 잡고 두어 걸음 앞에 선 등을 따른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걷기 시작하니 그도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쪽으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발밑, 조심하세요.

조금 더 걸어나가다 그가 멈추어 같이 그 자리에 서버린다.

“궁금한 것은 없나요?
“너는 누구지?

목소리가 나온다.

“저 말입니까? 안내인…아니, 조금 다르군요. 저는 계속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 같은 분들도 말이죠.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축복일까요? 모르겠네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판단하는 것은 저의 일이 아니죠. 제 일은 안내하는 것입니다. 그럼.
옆으로 돌아서며 길을 트여주는 그의 얼굴이 보인다.

“당신의 죽음을 축복합니다. 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1.  칠해패왕 나이트 미스트 + 바다산책의 밴시
 
“소녀는?
“소녀는?
“우리들의 소녀는?
“별 같은 소녀는!
“소녀?
“바위야. 아직도 바위에 있어.
“놀래줄까?
“이야기를 하지.
“이상한 소녀는.
“알 수 없어.
“알지 못해.
“소녀는?
“놀라지 않아.
“요---
“보고 싶어.
“차를 줄 거야.
“와쿠와쿠. 와쿠와쿠!
“소녀를 보자.
“갈까?
“별 같은! 바다 밑은 별!
“소녀는?
“바위에 있어! 언제나 말이지.
“가자!
“와쿠와쿠.
“별.
“누구 이야기를 하는 거지?

선상의 한구석에서 계속되던 유령들의 대화는 묵직한 목소리의 등장으로 우뚝 멈추었다. 그도 잠시였다. 네명의 유령들은 그를 감싸고 공중을 돌며 다시 무어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소녀가 있다네!
소녀!
바다 밑에!
별같은 소녀가!
바위 위에!
소녀가 있어.  같은 소녀가.
차를 내주지.
차는 없지만 말이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아는것이 많은 소녀가 있다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언제나 비가 오지.
소녀가 있어.

유령들이 왁자지껄 동시에 떠들어대는 소리에서 제대로  뜻을 읽어낼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흔치 않았다. 언제나 그들을 이끌고 다니는 미스트에게도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스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집중해 들려오는 단어 하나하나를 그러모았다. 바다  그리고 소녀. 반복해서 들리는 이야기는  정도였다. 어느새 하모니를 이뤄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는 유령들을 손을 들어 제지하고 미스트가 이야기했다.

바다 밑에 누가 있나? 바다 밑이라는  보면 살아있는 녀석은 아니겠고. 소녀라니, 밴시냐?

미스트의 사방을 에둘러  있던 유령들은 조금 물러나는가 싶더니 씨익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거리를 좁혀 다가와 그의 코앞에서 동시에 외쳤다.

정답!
 


미스트는 천천히 바다 깊은 곳으로 걸어 잠겨 들어가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소녀야.

 바다를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이상하다고 한다. 평범한 밴시라면  번이고 만나보았다. 미스트는 그런 배의 유령들이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는 소녀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배에서 멀지 않은 바다 ,  바위에 있다는 것을 어렵사리 알아듣곤 배를 세웠다 그리고 느긋하게 걸어 들어간 바다 밑에서, 어렵사리 찾아다니지 않아도 금방 찾을  있었다. 열이 넘는 수의 유령들이 뭉쳐있어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저긴가.

혼자 손가락을 들어 그쪽을 가리키고 보니,  한가운데 유령이 아닌 것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는 미스트의  마디 하나 정도의 작은 점으로 보일 뿐이었다.

저거군.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니 분명히 구분이 됐다.

?

그 와중에 , 지미,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싶던 유령들이 그곳에 있어 헛웃음을 흘리며 미스트는 바위 뒤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위에 조금 있으면 지독한 녀석들이 지나간단다.
폭풍이 칠지도 모른다고.
비가 오나요?
!
비는  .
우산을 써야겠네요.

작게 웃는 소녀의 주위를 도는 유령들의 표정에는 그녀를 걱정하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또한 미스트로서는 낯선 모습이었다.  녀석들이 뭔가를 걱정한다고? 생각은 속을 삼키고 미스트는 소녀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역시나 살아있는 녀석은 아니다. 밴시인가. 아마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배의 유령들 말마따나 이상한 모습이었다.

자자~ 여길 보시라!
꽝이지롱!

가관이군. 유령들은 온몸을 비틀어대며 밴시의 앞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혼자  생각해봤자 진전이 없겠다 싶어 미스트는 그제야 바위를 돌아 앞으로 나섰다.

너는 누구지?

끊이지 않고 시끄럽던 유령의 이야기는  위에서처럼 미스트의 목소리에 이번에도 우뚝 멈추었다. 밴시는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미스트를 발에서부터 위로 올려보더니 가만히 이야기했다.

.  우산이 필요하겠네요.

소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그녀에게 미스트는 재차 물었다.

너는 누구지?
안녕하세요. 나는-

뻐끔거리는 입에서는 기포만 올라왔다.

-라고 해요. 당신은-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인가요? 책에서 봤어요. 비가 오면 큰일이니  우산이 필요하겠네요. 저는 차를 마시는  좋아해요.

호기심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미스트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당신은 누구죠?
미스트. 흡혈귀고, 선장이다.
굉장해요!

너는 밴시이지만 말이지. 생각은 속으로 삼키고 미스트는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보았다. 아마도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지 않을  같았다.

배에 타겠나? 초대하지.

 손을 그녀의 쪽으로 내밀며 하는 제안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가 오나요? 우산이 필요한가요?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필요할  같군.

하지만 미스트는 대답했다.
 
소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2.  유빙의 검사 나이트 스노우
 


하나.. 두 손을 뒤로 둘러 머리를 받치고 누워 느긋하게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여섯. 일곱. 여덟. 속으로 숫자를 하나씩 세며 떨어지는 감각을 즐긴다. 스물. 스물하나. 그것이 스노우에겐 언제나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 일이 없이 비어있는 시간이면 언제나 스노우는 바닷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스노우는 천천히 떨어지는 감각을 즐기며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마흔넷. 한참을 생각하다 보면 가장 즐거운 순간, 등이 바닥에 닿아 스노우의 눈을 뜨게 했다.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좌로 우로 한번씩 꺾는다. 기지개를 켜고 옷을 정리한다. 이제부터는 즐거운 산책 시간이다.



스노우는 산책을 즐겼다. 심지어는 기분 나쁜 소리를 속삭이는 밴시를 만난 이 순간에도, 산책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꼬마네.

아는 얼굴이었다. 히죽히죽 웃으며 스노우에게 몸을 붙여오는 것이 익숙한 꼴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금방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녀에 대한 것은 기억을 더듬어 한참을 올라가서야 찾을 수 있었다.

정령과 뱀파이어의 혼혈. 그것은 나중에야 알게 된 본인의 출생에 대한 정보였다. 눈을 뜬 그 날부터 그는 혼자였다. 우는 일은 없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외로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알지 못했다. 다만 어린 스노우는 배가 고팠다. 공복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먹어도 되는 것이 무엇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일단 먹고 보았다. 그렇게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바다를 돌아다닐 때, 그녀를 만났다.

“꼬마네.

그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생각에 미치자 스노우는 동시에 기억해냈다. 맛이 없었지. 배도 그다지 고프지 않았다. 어린 날과는 달라진 것 중 하나였다. 공복과 귀찮음은 언제나 다투고 있었다. 이번의 승자는 귀찮음이었다. 깔깔대는 밴시를 뒤로하고 스노우는 산책을 계속했다.
 


오늘의 산책에는 방해꾼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을 만나버렸다. 하얀 코트는 해군의 것이었다. 스노우는 잠시 멈추어 서서 생각했다. 죽여야 하나? 먹을까? 귀찮다. 귀찮지만. 역시 먹어야 하나? 일단 잡을까? 귀찮다. 귀찮아. 귀찮아.

“귀찮네.

순간 스노우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생각이 새어 나온 것일까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주 편에서 걸어오고 있던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헐렁하게 적당히 풀어놓은 옷 만큼이나 헐렁한 사내였다.

“그거 동감인걸.

스노우는 웃으며 모자를 벗었다. 그리곤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지나쳐 걸어나갔다. 그는 스노우를 쫓지 않았다. 스노우는 한참을 걸어가 그 채취가 더는 물에 묻어나지 않을 때가 되어서 문득 생각했다.
재미있는 사내가 해군에도 있구나.

스노우는 웃었다.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제법 단 맛이 날 것 같다. 즐거울 것이다. 귀찮은 해군과의 싸움에 기다릴 것이 생겼다. 오늘은 즐거운 산책이었다.
 
 
 
 
 
 
 
3. 해적 귀공자 피노 느와르
 
스산한 바람 소리에 웃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 하하. . 하하하.

둘의 발자국 소리가  위에 다시 얹혔다. 비에 젖은 갑판이 미끄러울 법도 한데 흔들리는 선체에도 걸음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느긋한 걸음걸이로 똑바로 앞으로 향한다. 그와중에 웃음소리는 조금 바뀌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크크크 크크.

발걸음은 문을 앞에 두고 멈췄다. 그리곤 지체없이 발로 문을  부숴버렸다.

, 밤이다. 나의 시간이다!

시기 적절하게 치는 번개에  팔을 번쩍 들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던 느와르의 얼굴이 순간 기괴하게 번뜩였다. 그리고 세사람 모두 아무 말도 없었다. 천둥소리가 지나가고, 그리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이 이어졌다.

-

꾸역꾸역 꺼낸 느와르의 목소리는 미스트가 혀를 차는 소리에 막혔다. 미스트가 먼저 머리를 살짝 숙이며 선실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고 스노우가  뒤를 따랐다.  과정에 느와르의 허락을 구하는 절차는 궂이 필요하지 않았다. 쯧쯧. 다시한번 미스트가 혀를 차는 소리에 느와르가 발끈해 무어라 소리치려했다.

-

하지만 이번에는 스노우의 목소리에 막혀버렸다.

선장이 이해해.   아직 어리잖아.

느와르가 발끈해서 돌아보았지만 스노우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바다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늦은 밤, 그것도 딱 비바람이 심한 날이었다. 역한 냄새가 났다. 그것은 물에 오랜시간 불어버린 듯 보였다. 이미 무엇이었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목덜미에 이를 박아넣고 있는 스노우의 모습에 역함이 올라왔다. 쓰레기를 꾸역꾸역 목 뒤로 넘기는 모습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아 넘기기 힘들었다.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니 스노우가 쓰레기에서 입을 떼곤 웃으며 말했다.

먹을래?

그것을 쥐어들고 슬쩍 내미는 손길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반사적으로 두손으로 입을 감싸니 웃음 소리가 들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미스트 쪽을 돌아보니, 그는 여전히 가만히 느와르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 또한 익숙한 표정이었다.
 



선장! 시간 된 것 같은데?
아니야.

로마리오의 부름에 미스트는 돌아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곤 다시 눈 앞에 집중했다.

루인 쉐이드에 건다!
그럼 난 그리드쪽!

대치하고 있는 두 그림자의 검사를 둘러싸고 해적들이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미스트가 집중하고 있는 것도 두 고스트의 대치였다. 서로를 도발하며 열기가 높아졌고 의례 그렇듯 판돈이 걸리기 시작했다. 미스트도 거기에 하나 돌을 얹어 놓을 심산이었다.

나는.
선장. 정말 슬.
조용히 좀 해봐, 인마.

연달아 말이 딱 잘려버리니 두번째에는 로마리오도 더이상 말을 붙일 생각을 못하고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났다. 그런 사정으로, 결국 로마리오가 이야기 했던 시간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되어버렸다. 천천히 끌어올리는 닻의 끝에 무언가 매달려있었다. 물을 잔뜩 머금고 축 늘어진 옷은 배 위의 누구의 것보다도 화려했다.

저녀석 올려줘.

시끄럽다며 다짜고짜 닻에 매달고 던진것이 그 날 아침. 그리고 이미 해가 저물었다. 앳된 모습의 느와르가 불만에 가득찬 눈초리로 저를 올려보는 것을 미스트는 가만히 내려보고 있었다.

한심한 놈들.

그 어린날과 다를 것 없는 시선에 느와르는 짜증이 치솟았다.

재수없는 새끼들.

그런 두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스노우는 웃으며 생각했다.

멍청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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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잡초만 비집고 자란 빈터 가득 검은 갑주의 이름없는 이들이 서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하다 보니 새삼 제 머리 위의 하늘이 타르투의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의 익숙한 클레이의 하늘이 아니었다. 검붉은 하늘에 커다란 검은색의 고리, 그것이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타트루는 이내 아무 말 없이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한 사람이 담겼다.


 모드레드는 제 앞에 선 이들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누구 하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집중한 채 입을 꾹 다물고 그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드레드는 짧게 숨을 들이켜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너희는 나와 함께하라.

기억이 목을 막았다. 그들이 그날과 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절망하라.

숨이 새어나올 뿐 아무런 이야기도 전할 수 없었다. 길어진 침묵은 그대로 무게가 되어 모두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몇몇이 곤란하다는 생각에 표정이 흐트러지기 시작할 때였다.

 "보상은 없을 것이다."

날카롭게 모두의 귀를 파고드는 목소리가 흐트러지던 전열을 붙들었다. 모든 시선은 일제히 모드레드의 뒤로 쏠렸다.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블래스터 다크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명예도 주어지지 않을지 모른다."

잠시 말을 멈추고 블래스터 다크는 자신의 앞에 선 섀도우 팰러딘을 응시했다. 그리곤 제 옆에 선 모드레드의 어깨에 제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다만 우리는 이길 것이다."

반응은 천천히 끓어올랐다. 한 사람의 박수 소리에서 부터 시작해, 커다란 함성이 되어 서로의 귀를 울렸다. 루케아와 라키아는 휘파람을 불어대고, 타르투는 자신의 목표를 다시 한 번 제 눈에 새겼다. 그 와중에도 가만히 미소만 짓고 있는 블러드 마스터도, 서로의 손을 맞추는 쌍둥이 형제도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리벤져의 이름을 새겼다.



 "이번에는 서서 졸기라도 한 건가?"

함성의 뒤에 혼자 숲의 안쪽으로 들어간 모드래드를 블래스터 다크가 따라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커다란 나무의 아래 기대어 앉아 있는 모드레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 그림자에 가려 모드레드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대답이 없자 울컥 치미는 기분에 블래스터 다크는 한발 다가서며 모드래드의 가슴 부근을 움켜쥐었다.

 "우리는 공범이다! 혼자서 도망치지 마라!"

블래스터 다크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으르렁거렸다.

 "한순간도 과거에 삼켜지지 말란 말이다."

모두 뱉어내고 나서야 블래스터 다크는 모드레드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기사는 그림자 밑에서 웃고 있었다.

 "오늘따라… 말이 많군그래."

느긋한 모드레드의 어투에 블래스터 다크는 밀치듯 손을 놓아주며 퉁명스레 답했다.

 "잠은 깬 모양이지? 일어나라. 출발이다."

블래스터 다크는 여전히 앉아있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모드레드는 잠시 그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는가 싶더니 맞잡으며 그에 의지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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