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라이브!2014. 11. 2. 22:00
마키는 제 샤프의 뒷축과 나무로 된 탁자가 부딪히는 소리를 좋아했다. 톡. 무의식적으로 한번 두번 두드리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그녀는 조금 빠르다 싶은 박자에 맞추어 제 손목을 까닥이고 있었다. 톡. 톡. 톡. 톡. 그 소리에 맞춰 작은 흥얼거림이 찻집의 나직한 배경음악에 섞여 녹아내렸다. 건너 자리에 앉아 제 앞의 노트를 노려보던 우미는 고개를 들어 마키를 보더니 가만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 소절이 사그라드는 것과 동시에 우미가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이야기했다.

"역시 마키. 좋은 곡이네요."
"그럭저럭이네. 고마워."

퉁명스런 말씨였다. 하지만 우미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는 것이 마키 나름의 만족의 표시임을 알았기에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럼. 말을 떼는가 싶더니 우미는 계속 제 앞에 하얀 백지상태로 놓여있는 노트를 들어 두손으로 잡고는 세워 툭툭 두어번 내리쳤다.

"이번엔 제 차례네요. 이 곡에 가사를 쓰면 되는거죠?"
"응. 곡 자체는 나왔지만 세세한 부분의 수정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키의 말을 멈춘 것은 진동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은 탁자 위에 올려져있던 마키의 것이었다.

"미안."
"아니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마키는 휴대폰을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발신자의 이름이었다. 화면에 떠오른 간단하게 '린'이라고 저장되어있는 호칭에 얼마전 그녀가 자신의 폰을 가져가 멋대로 바꿔두었던 것이 떠올라 웃음이 새어나왔다.  당시에는 당황해 바로 다시 바꿔두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미소를 띈 채 핸드폰의 버튼을 누르던 마키의 표정은 린으로부터의 메세지를 본 순간 확 바뀌었다.

"하?"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모습에 반응은 저쪽 편에서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마키?"

걱정스레 물어오는 우미의 목소리에 마키는 손사래를 치며 아무것도 아니라 해명했다. 별 일이라 할 수는 없었다. 마키는 그저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세지의 내용에 당황했을 뿐이었으니.
<냥냥냥!>
린으로부터의 메세지는 단 한줄이 전부였다. 빠르게 자판 위를 움직여 보낸 마키의 답장도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뭐야, 린>
<산토끼의 반대말이 뭔지 아냥?>
분명 마키에게 답을 요구하는 메세지였지만 린은 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다음 메세지를 보내왔다.
<죽은토끼! 몰랐지!>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키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계속해서 진동이 울리고 있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 대신 마키는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마키?"
 "미안, 우미. 먼저 일어나볼게."
 "아, 네. 괜찮습니다. 오늘 해야할 작업은 거의 끝났으니까요. 급한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응. 그렇네. 기르는 고양이가 조금 칭얼대는 모양이야."
 "고양이를 기르셨나요?"

우미의 물음에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의자를 밀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응. 얼마 되진 않았지만."


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