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라이브!2015. 1. 5. 02:34


봄이라고 사방에서 떠들어대는 소리에 속았다. 또 슬쩍 창문 너머를 내다보니 따뜻해 보이는 햇살에 속아버렸다. 마키는 한참 전부터 외투를 벗어두고 집을 나선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낮에는 견딜만했다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니 얇은 가디건 하나로 버티기에는 쌀쌀한 날이었다. 간간히 부는 바람이 옷 안쪽까지 서늘하게 만들 때마다 마키는 자신의 두 팔을 서로 더 강하게 꼭 껴안으며 몸을 움츠렸다.

“춥다고, 린.”

결국, 불만은 자신을 밖으로 불러낸 린을 향했다. 인상을 찌푸리고 듣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불만을 중얼거린다. 옆눈으로는 계속 힐끗힐끗 시계탑을 향했다. 치켜뜬 눈으로 올려 본 시곗바늘이 점점 약속시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앞으로 3분 후면 맘 편히 린을 탓할 수 있다. 괜히 여기저기를 오가던 눈동자는 어느새 분침바늘에 고정되어있었다.

앞으로 1분.

“마키쨩!”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멀찍이서 부터 린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달린 것인지 그 린이 마키의 앞에 와서는 허리를 숙이고 제 무릎을 붙든 채로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사이에 마키는 입술을 삐뚜름하게 두고는 그런 린을 내려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늦었다며 타박할 수 없는 것이 또 괜히 얄미워서 결국 고개를 드는 린의 이마에 콩하고는 제 작은 주먹을 가져갔다.

“뭐하는거냐!”

아프지도 않을 것을 괜히 두 손으로 제 이마를 감싸 쥐고 한발 물러나서 볼을 부풀리는 린의 모습에 마키는 풉하고 웃음을 흘렸다. 린은 눈을 부릅뜨며 대치를 이어가려 했지만 마키 쪽에서 한쪽 손을 설레설레 흔들어대며 저지했다.

“그래서 오늘은 왜 부른건데?”

“니시키노씨가 말을 돌리고 있다냐.”

“네네.”

부루퉁한 표정 그대로 대답은 않고 린은 마키를 지나쳐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희끄무레한 것도 빛이라고 가로등은 껌벅껌벅대고 있었다. 그 가로등마저 지나서는 나무로 된 짧은 벤치, 린은 그 등을 두 손으로 잡고 무릎으로 그 위에 앉았다. 등을 쭉 펴고 고개를 위로 치켜든다. 그런 린의 모습에 마키는 저도 따라 눈을 하늘로 향했다. 힘없는 가로등 덕분일까 유난히 별이 밝았다.

“저것 봐, 저거. 기억 난다냐! 저번에 마키쨩이 알려줬던 거잖아. 뭐였더라.”

언젠가의 밤에 마키가 린에게 별자리 몇 개를 소개한 일이 있었다. 마키는 영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며 신이 나 있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린?”

시선도 이미 돌아와 린을 향해있었다.

“마키쨩 기억나? 합숙했던 날 있잖아.”

“린.”

마키는 아직 린에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말을 돌리고 있는 것은 그녀였다. 툭, 기대 있던 벤치의 등을 밀면서 린은 경쾌하게 한발 두발을 뒤로 뛰며 벤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한발 두발 마키의 앞에 서, 그녀를 마주 보았다.

“좋아해, 마키쨩.”

린의 눈은 곧게 마키를 향하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도, 마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키는 꼬박 일 년 전의 하루를 생각하고 있었다.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었다. 여전히 봄이라기엔 조금 쌀쌀한 날이었다. 한 걸음을 내딛으며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또 한걸음에, 하나요의 이야기를 하니 깍지 낀 두 손을 뒷머리에 대고는 벌게진 두 귀를 팔꿈치로 가리려는 양 구부리며 더듬더듬 네가 어떻게 알고 있었냐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린을 떠올렸다. 또 한 걸음. 그 자리에, 린이 마키의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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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