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된 거야."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끝을 맺는 이블린의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모든 이야기가 끝났다. 그녀는
슬며시 제 앞의 찻잔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며 가만히 그 안을 내려보았다. 잠시였지만 모든 이들의 시선이
조금 더 이블린에게 머물렀다. 하지만 그녀가 더는 다른 말이 없자 금새 다들 각자 관심을 여기저기로
돌리기 시작했다. 성유계도 지상세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그들을 위해 마련된 짧은 티타임의 장소. 그 원탁을 에둘러 이블린 정 반대편, 도니타는 제 옆에서부터 원탁을
둘러 앉은 이들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쉐리. 스테이시아. 네넴. 씨씨. 마르그리드. 샬롯. 나딘. 아인. 이블린. 샬롯. 파르모. 지시자. 레드그레이브. 그리고-
흐응. 도니타는 제 왼편으로 몸을 내밀어 그곳에 앉은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가 싶더니 몸을
돌리고 팔짱을 끼며 다시 의자에 몸을 던졌다.
"짧은 머리는 이런 느낌이구나."
그녀의 혼잣말에 대한 대꾸는 한 자리 건너에서 들려왔다.
"짐의 인형에게 무슨 관심이라도 있더냐."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내게 훨씬 좋거든."
두 사람이 입꼬리를 밀어 올린 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짧게 쉐리와 쉐리 사이에 서로에 대한 위로의 눈빛이 오갔다. 짧은 한숨 뒤로는 졸고 있는 네넴을 바라보는 스테이시아가 있었다. 아인과
나딘, 파르모와 지시자는 한데 모여 이야기에 열중이었다.
"소란스럽네요."
"그러게."
그 모습을 웃으며 가만히 바라보던 씨씨가 슬그머니 이야기하니 마르그리드 또한 가만히 답했다. 대답이
돌아왔다고는 하나 제 쪽은 보지도 않고 입술만 달싹이는 모습에 씨씨는 입을 삐죽였다.
"선배 좀-"
불만에 찬 목소리는 끝을 맺지 못했다. 공간을 가득 울리는 웅장한 종소리는 벽을 치고 몇번이나
다시 귀로 돌아왔다. 씨씨 뿐 아니라 모두가 우뚝 멈춰서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내 소리는 사그라져 여음만 자르르 귀에 남았다. 탁. 찻잔이 원탁에 부딪혀 긴장을 끊었다.
"자, 일어날까."
마르그리드의 한마디가 신호인 양 그녀의 반대편에 위치한 문이 저 혼자 스르르 열렸다. 별다른
무늬가 없음에도 그 크기에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듯 위압감이 느껴지는 문이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한 명 한 명 줄지어 문을 나섰다. 그렇게
줄의 끝에 선 지시자의 모습까지 문 너머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그녀가 다시 빼꼼 문 옆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까치발을
들어 문고리를 붙들곤 한 손가락을 가만히 제 손에 가져간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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