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라이브!2014. 11. 2. 22:02
어린시절 자신이 노조미의 앞에 서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꿈이구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하얀 방에 자신과 어린시절의 자신. 열이 조금 있는가 싶더니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 모양이라고 노조미는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만큼이나 현실감없는 모습이었다. 스피리츄얼한 꿈이구만. 여느때와 같이 실실 웃으며 노조미는 다시 그녀의 어린시절을 보았다. 어린 노조미는 자신을 보고있지 않았다. 가만히 바닥만 내려 보고 있어 아이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표정이야 굳이 보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 노조미가 잘 알고있었다.

꼭 연락할게, 노조미.

그때 어디서인지 모르게 누구의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퍼뜩 고개를 든 작은 아이는 환하게 웃고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노조미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갔다. 토죠, 보고싶을거야. 역시나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노조미는 아이에게 두 손을 뻗었다. 정말 아쉽다. 그래도 계속 연락은 할 수 있는거지? 귀를 막자. 어디로 가는건데? 나중에 찾아갈게! 다시 만나자. 꼭이야! 아이는 더이상 웃고있지 않았다. 목소리는 이내 모두 뒤섞여 소음이 되었다. 눈을 찡그리고 제 두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다. 아무것도 듣고싶지않아. 소리는 사라졌다. 혼자 빈공간에 노조미는 웅크리고 있었다.

"노조미."
"아무것도 듣고싶지않아."
"나야, 노조미."

그것은 알고있는 목소리였다. 아이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살그머니 실눈을 떠보았다. 어린 노조미의 눈 앞에 에리가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걱정이 한가득이라 미간은 잔뜩 찌푸리고 그러면서도 웃고있었다.

"왜 그러고 있어."

아이는 입을 여는가 싶더니 우물우물 속으로 삼켜버리곤 다시 닫아버렸다. 그 모습이 답답할 법도 한데 에리는 가만히 그 모양 그대로 그녀를 기다렸다. 아이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어 힘겹게 힘겹게 첫마디를 내놓았다.

"모두."
"응?"
"모두 거짓말을 해."

그리고 막혀있던 울음이 그 한마디와 동시에 터져나왔다. 엉엉 큰 울음도 아니었다. 눈물이 계속 새어나오는 것을 쉼없이 팔로 훔쳐대니 눈가가 금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노조미."

에리는 그런 아이를 제 품으로 당겨안으며 자장가라도 불러주는 듯 나긋한 목소리로 한자한자 귀 바로 옆에서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여기있어."

에리는 미열의 악몽에 시달리는 친구를 제 무릎에 뉘이고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네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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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4. 11. 2. 22:00
마키는 제 샤프의 뒷축과 나무로 된 탁자가 부딪히는 소리를 좋아했다. 톡. 무의식적으로 한번 두번 두드리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그녀는 조금 빠르다 싶은 박자에 맞추어 제 손목을 까닥이고 있었다. 톡. 톡. 톡. 톡. 그 소리에 맞춰 작은 흥얼거림이 찻집의 나직한 배경음악에 섞여 녹아내렸다. 건너 자리에 앉아 제 앞의 노트를 노려보던 우미는 고개를 들어 마키를 보더니 가만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 소절이 사그라드는 것과 동시에 우미가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이야기했다.

"역시 마키. 좋은 곡이네요."
"그럭저럭이네. 고마워."

퉁명스런 말씨였다. 하지만 우미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는 것이 마키 나름의 만족의 표시임을 알았기에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럼. 말을 떼는가 싶더니 우미는 계속 제 앞에 하얀 백지상태로 놓여있는 노트를 들어 두손으로 잡고는 세워 툭툭 두어번 내리쳤다.

"이번엔 제 차례네요. 이 곡에 가사를 쓰면 되는거죠?"
"응. 곡 자체는 나왔지만 세세한 부분의 수정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키의 말을 멈춘 것은 진동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은 탁자 위에 올려져있던 마키의 것이었다.

"미안."
"아니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마키는 휴대폰을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발신자의 이름이었다. 화면에 떠오른 간단하게 '린'이라고 저장되어있는 호칭에 얼마전 그녀가 자신의 폰을 가져가 멋대로 바꿔두었던 것이 떠올라 웃음이 새어나왔다.  당시에는 당황해 바로 다시 바꿔두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미소를 띈 채 핸드폰의 버튼을 누르던 마키의 표정은 린으로부터의 메세지를 본 순간 확 바뀌었다.

"하?"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모습에 반응은 저쪽 편에서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마키?"

걱정스레 물어오는 우미의 목소리에 마키는 손사래를 치며 아무것도 아니라 해명했다. 별 일이라 할 수는 없었다. 마키는 그저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세지의 내용에 당황했을 뿐이었으니.
<냥냥냥!>
린으로부터의 메세지는 단 한줄이 전부였다. 빠르게 자판 위를 움직여 보낸 마키의 답장도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뭐야, 린>
<산토끼의 반대말이 뭔지 아냥?>
분명 마키에게 답을 요구하는 메세지였지만 린은 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다음 메세지를 보내왔다.
<죽은토끼! 몰랐지!>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키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계속해서 진동이 울리고 있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 대신 마키는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마키?"
 "미안, 우미. 먼저 일어나볼게."
 "아, 네. 괜찮습니다. 오늘 해야할 작업은 거의 끝났으니까요. 급한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응. 그렇네. 기르는 고양이가 조금 칭얼대는 모양이야."
 "고양이를 기르셨나요?"

우미의 물음에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의자를 밀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응. 얼마 되진 않았지만."


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4. 11. 2. 21:58

문을 한쪽으로 밀어 열자마자 마키의 눈길이 향한 곳은 린 너머의 창문이었다.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싶더니 열린 창 틈으로 찬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춥지 않아?”

마키는 안으로 들어가며 물어보더니, 린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곧장 창 쪽으로 향했다. 괜찮은데.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창을 닫아 새는 틈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마키는 린의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린은 볼을 부풀리고 마키를 노려보더니 풀석 허리를 숙여 이불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답답한데에.”
“그래, 그래.”

볼맨소리로 칭얼거리는 것이 이불에 울려 웅웅대는 소리로 들려왔다. 그래보았자 즉시 돌아온 대꾸는 일말의 재고도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린이 입을 다물어버리니 둘 사이가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홱 고개를 치켜든 린은 두 팔을 뻗어 마키의 양 볼을 장난스레 꼬집어주는 것으로 마키를 응징했다. 마키의 표정이 금세 구겨졌지만 약하게 도리질을 할 뿐이었다.

“아, 정말! 린!”
“아아. 정말 억울하다니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더웠고 드디어 가을이다!”

린은 그제야 마키의 볼을 놓아주고 두팔을 번쩍 들고는 말을 계속했다.

“-한지도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우리 마키선생님은 창문이나 닫으라고 하고 말이다냐.”
“기침 심해져.”
“네, 네.”

린은 웃었다.
-마키쨩, 좋아해.
언젠가 고백의 말을 해주었던 그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린은 마키를 향해 웃고 있었다. 너는 어떻게. 마키는 목 끝까지 치민 문장을 꾹 눌러 삼켰다. 린이 다 붓고 빨개진 눈으로 자신을 보며 웃었던 그날에 이미 다짐했을 터였다. 린의 옆에선 그녀의 연인으로만 남겠노라고. 나는 그것 조차 힘든데, 너는 어떻게.

“마키쨩, 마키쨩. 있잖아 약은 쓰지 않게 만들 수 없는거야?”
“린.”

마키는 린을 향해 한손을 뻗었다. 여전히 짧은 머리칼을 쓸어 쥐어본다. 눈매 끝을 매만져보다 뺨을 쓰다듬어 본다.

“마키쨩?”

품에 끌어안고 그 어깨에 얼굴을 묻어본다.

“잠깐만. 아주 잠깐만….”
“마키쨩은 어리광쟁이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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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