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라이브!2016. 4. 15. 10:02

두 사람에겐 익숙한 공원 한구석 벤치에 앉아있자니, 우미에게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새삼 오른편을 돌아보니 에리가 기억 속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눈을 마주쳐왔다.


"왜그래, 우미?"
"아뇨. 그러고보니 저희, 첫만남은 서로 별로 좋지 못했지 싶어서요."


바로 동의를 할 줄 알았던 에리의 표정에 떠오른 것은 의문이었다. 이내 그 표정은 혼자 뭘 고민하는지 인상으로 변했다. 그런 에리의 반응에 우미가 자신이 뭔가 잘못 말한 것 일까 걱정하며 입을 떼려는 순간, 에리쪽에서 먼저 선수를 치며 이야기했다.


"아! 그렇구나. 그랬지. 그랬어."
"네?"


에리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지를 연발하더니만, 이야기를 뚝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우미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럼 다시할까?"
"네?"


우미는 에리의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뵙겠습니다. 아야세 에리라고 해요. 첫 눈에 반했습니다만  교재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더더욱 따라갈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러시아식 농담인가요. 무표정하게 중얼거리는 우미의 목소리에 금방 지어낸 울상으로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어놓는 것을 보며, 우미는 새삼스레 에리가 많이도 변했다고여겼다.


"아무튼 이상한 얘기는 그만하죠.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그거 마키쨩의 흉내야? 별로 안닮았는데..."
"아닙니다!"


우미는 슬슬 시간이다 싶어, 짐을 챙겨 들고 일어서려했다. 옷자락을 붙드는 손길에 멈추어 돌아보니 에리가 차분해진 표정으로 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우미. 우리 첫만남이 언제라고 기억해?"
"네?"
"힌트는 여기까지. 자, 자. 가자. 추워지네."
"네? 아니. 잠시만요 에리. 무슨 얘길."
"자~ 늦게까지 밖에 있으면 감기 걸린다고요."


에리는 머뭇머뭇 계속 자기 이름을 부르며 기다리라는 우미를 뒤로하고 먼저 앞서나가 버렸다.


안녕하세요. 소노다 우미입니다.


기억해내준다면, 작은 심술은 그때 사과하겠노라 생각하면서 그녀가 보지 못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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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6. 1. 9. 01:11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슬쩍슬쩍 자신을 향하는 시선들이야 진작에 알고 있었다. 끼리끼리 모여 저마다 수근대는 이야기에 제 이름, 아야세 에리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홀의 들뜬 분위기에 한가운데 그녀가 있고, 흘의 모두가 그녀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있다. 천천히 물러나 시선들을 피해보니 발뒷굼치에 구석의 벽이 닿는다. 처음으로 홀 전체를 훑어 보았다. 한쪽 벽에서 부터 시작해 홀의 중심으로. 그리고 다시 반대쪽 벽을 향했을 때 테라스를 향해 난 창 너머로 달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달은 아직 다 차지 않았다.

'내랑 내기나 할까?'

달의 반이 채 차기도 전에 들었던 목소리를 떠올리며 에리는 천천히 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밤공기가 싸늘해질 계절이었다. 파티용 복장은 밤산책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몸이 차게 식는 것을 느꼈지만 걸음을 돌리진 않았다. 발걸음 소리가 하나. 그리고 그 뒤로 안쪽에서 저들끼리 재잘대는 소리가 뒤따른다. 간격은 점점 멀어졌다. 느린 걸음이라도 상관 없었다. 발걸음 소리가 하나. 재잘대는 소리가 뒤따른다. 그 뒤로 다시 발걸음 소리가 하나. 두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달음박질을 쳐 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 오고 있었다. 에리는 소리를 들으며 빨라지지도 느려지지도 않은 한걸음 다시 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바로 뒤. 에리는 웃으며 뒤를 돌아 보았다.

"따라와줄 줄 알았어, 노조미."

노조미의 뒤로 아직 다 차지 않은 달이 보였다.

"내 완전히 들켜버린거가? 아아. 에릿치는 못당해버리겠고만."

"그렇게 발소리를 크게 내면서 모르길 바란거야?"

"그럼 진작에 아는척을 하지 않고..."

노조미가 입술을 비죽 내미는 것을 가만 두고, 에리는 다시 뒤를 돌았다. 그리고 노조미를 등진 채로 입을 열었다.

"노조미."

이름만 불러두고 잠시 멈춘 후에 말을 계속 잇기 전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크게 내쉰다.

"에릿치?"

"고마워."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에리는 말을 이어갔다.

"전부 네 덕분이야. 고마워."

노조미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친구는 지금 제 표정을 감추려 등을 보이고 있었다.

"정말로, 고마워."

노조미는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 등을 안아줄듯 두 팔을 벌리며 한발 더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다시 뒤를 돌아보는 에리의 손에는 노조미의 심장을 향하는 칼날이 쥐여있었다.

"에...릿치?"

"손을 내려줘, 노조미. 내가 이겼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우리가 했던 내기 말이야. 달이 아직 차기 전에 마녀를 찾았잖아."

에리는 웃었다.

"노조미, 네가 날 죽일 마녀야."

그리고 에리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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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글/뱅가드2015. 5. 31. 22:46
 
딸랑. 
딸랑. 
딸랑. 
소리가 점점 선명해진다. 천천히 흔들리는 방울 소리가 어느덧 분명해졌을 때, 희뿌연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조금씩 밝아져 오긴 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눈앞의 모습에 미간을 구기고 있자니, 안개 너머 정면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것이 어렴풋이 보인다. 방울 소리는 바로 앞에서 멈춘다. 안갯속에서 불쑥 나타난 손에는 낡은 램프가 들려있다. 딸랑. 방울 소리는 그 위에 달린 조그마한 것이 내고 있었다.

“보이는군요. 제 얘기, 들립니까?

. 대답하려다 그제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인다. 램프가 두 번 위아래로 흔들린다.

“좋습니다. 잘됐군요. 아니. 안타까운 일일까요. 저는 모르겠네요. 판단하는 것은 저의 일이 아니죠. 아무래도 좋은 일 일까요. 일단 따라오시겠습니까?

빛이 사라진다. 동시에 시야가 넓어진다. 아마도 앞에 보이는 등이 램프를 들고 있던 손의 주인일 것이다.

“따라오세요. 이쪽입니다.

몸을 일으킨다. 조금 비틀거리며 균형을 잃지만 금방 자리를 잡고 두어 걸음 앞에 선 등을 따른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걷기 시작하니 그도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쪽으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발밑, 조심하세요.

조금 더 걸어나가다 그가 멈추어 같이 그 자리에 서버린다.

“궁금한 것은 없나요?
“너는 누구지?

목소리가 나온다.

“저 말입니까? 안내인…아니, 조금 다르군요. 저는 계속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 같은 분들도 말이죠.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축복일까요? 모르겠네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판단하는 것은 저의 일이 아니죠. 제 일은 안내하는 것입니다. 그럼.
옆으로 돌아서며 길을 트여주는 그의 얼굴이 보인다.

“당신의 죽음을 축복합니다. 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1.  칠해패왕 나이트 미스트 + 바다산책의 밴시
 
“소녀는?
“소녀는?
“우리들의 소녀는?
“별 같은 소녀는!
“소녀?
“바위야. 아직도 바위에 있어.
“놀래줄까?
“이야기를 하지.
“이상한 소녀는.
“알 수 없어.
“알지 못해.
“소녀는?
“놀라지 않아.
“요---
“보고 싶어.
“차를 줄 거야.
“와쿠와쿠. 와쿠와쿠!
“소녀를 보자.
“갈까?
“별 같은! 바다 밑은 별!
“소녀는?
“바위에 있어! 언제나 말이지.
“가자!
“와쿠와쿠.
“별.
“누구 이야기를 하는 거지?

선상의 한구석에서 계속되던 유령들의 대화는 묵직한 목소리의 등장으로 우뚝 멈추었다. 그도 잠시였다. 네명의 유령들은 그를 감싸고 공중을 돌며 다시 무어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소녀가 있다네!
소녀!
바다 밑에!
별같은 소녀가!
바위 위에!
소녀가 있어.  같은 소녀가.
차를 내주지.
차는 없지만 말이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아는것이 많은 소녀가 있다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언제나 비가 오지.
소녀가 있어.

유령들이 왁자지껄 동시에 떠들어대는 소리에서 제대로  뜻을 읽어낼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흔치 않았다. 언제나 그들을 이끌고 다니는 미스트에게도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스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집중해 들려오는 단어 하나하나를 그러모았다. 바다  그리고 소녀. 반복해서 들리는 이야기는  정도였다. 어느새 하모니를 이뤄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는 유령들을 손을 들어 제지하고 미스트가 이야기했다.

바다 밑에 누가 있나? 바다 밑이라는  보면 살아있는 녀석은 아니겠고. 소녀라니, 밴시냐?

미스트의 사방을 에둘러  있던 유령들은 조금 물러나는가 싶더니 씨익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거리를 좁혀 다가와 그의 코앞에서 동시에 외쳤다.

정답!
 


미스트는 천천히 바다 깊은 곳으로 걸어 잠겨 들어가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소녀야.

 바다를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이상하다고 한다. 평범한 밴시라면  번이고 만나보았다. 미스트는 그런 배의 유령들이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는 소녀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배에서 멀지 않은 바다 ,  바위에 있다는 것을 어렵사리 알아듣곤 배를 세웠다 그리고 느긋하게 걸어 들어간 바다 밑에서, 어렵사리 찾아다니지 않아도 금방 찾을  있었다. 열이 넘는 수의 유령들이 뭉쳐있어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저긴가.

혼자 손가락을 들어 그쪽을 가리키고 보니,  한가운데 유령이 아닌 것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는 미스트의  마디 하나 정도의 작은 점으로 보일 뿐이었다.

저거군.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니 분명히 구분이 됐다.

?

그 와중에 , 지미,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싶던 유령들이 그곳에 있어 헛웃음을 흘리며 미스트는 바위 뒤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위에 조금 있으면 지독한 녀석들이 지나간단다.
폭풍이 칠지도 모른다고.
비가 오나요?
!
비는  .
우산을 써야겠네요.

작게 웃는 소녀의 주위를 도는 유령들의 표정에는 그녀를 걱정하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또한 미스트로서는 낯선 모습이었다.  녀석들이 뭔가를 걱정한다고? 생각은 속을 삼키고 미스트는 소녀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역시나 살아있는 녀석은 아니다. 밴시인가. 아마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배의 유령들 말마따나 이상한 모습이었다.

자자~ 여길 보시라!
꽝이지롱!

가관이군. 유령들은 온몸을 비틀어대며 밴시의 앞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혼자  생각해봤자 진전이 없겠다 싶어 미스트는 그제야 바위를 돌아 앞으로 나섰다.

너는 누구지?

끊이지 않고 시끄럽던 유령의 이야기는  위에서처럼 미스트의 목소리에 이번에도 우뚝 멈추었다. 밴시는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미스트를 발에서부터 위로 올려보더니 가만히 이야기했다.

.  우산이 필요하겠네요.

소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그녀에게 미스트는 재차 물었다.

너는 누구지?
안녕하세요. 나는-

뻐끔거리는 입에서는 기포만 올라왔다.

-라고 해요. 당신은-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인가요? 책에서 봤어요. 비가 오면 큰일이니  우산이 필요하겠네요. 저는 차를 마시는  좋아해요.

호기심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미스트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당신은 누구죠?
미스트. 흡혈귀고, 선장이다.
굉장해요!

너는 밴시이지만 말이지. 생각은 속으로 삼키고 미스트는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보았다. 아마도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지 않을  같았다.

배에 타겠나? 초대하지.

 손을 그녀의 쪽으로 내밀며 하는 제안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가 오나요? 우산이 필요한가요?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필요할  같군.

하지만 미스트는 대답했다.
 
소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2.  유빙의 검사 나이트 스노우
 


하나.. 두 손을 뒤로 둘러 머리를 받치고 누워 느긋하게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여섯. 일곱. 여덟. 속으로 숫자를 하나씩 세며 떨어지는 감각을 즐긴다. 스물. 스물하나. 그것이 스노우에겐 언제나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 일이 없이 비어있는 시간이면 언제나 스노우는 바닷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스노우는 천천히 떨어지는 감각을 즐기며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마흔넷. 한참을 생각하다 보면 가장 즐거운 순간, 등이 바닥에 닿아 스노우의 눈을 뜨게 했다.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좌로 우로 한번씩 꺾는다. 기지개를 켜고 옷을 정리한다. 이제부터는 즐거운 산책 시간이다.



스노우는 산책을 즐겼다. 심지어는 기분 나쁜 소리를 속삭이는 밴시를 만난 이 순간에도, 산책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꼬마네.

아는 얼굴이었다. 히죽히죽 웃으며 스노우에게 몸을 붙여오는 것이 익숙한 꼴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금방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녀에 대한 것은 기억을 더듬어 한참을 올라가서야 찾을 수 있었다.

정령과 뱀파이어의 혼혈. 그것은 나중에야 알게 된 본인의 출생에 대한 정보였다. 눈을 뜬 그 날부터 그는 혼자였다. 우는 일은 없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외로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알지 못했다. 다만 어린 스노우는 배가 고팠다. 공복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먹어도 되는 것이 무엇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일단 먹고 보았다. 그렇게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바다를 돌아다닐 때, 그녀를 만났다.

“꼬마네.

그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생각에 미치자 스노우는 동시에 기억해냈다. 맛이 없었지. 배도 그다지 고프지 않았다. 어린 날과는 달라진 것 중 하나였다. 공복과 귀찮음은 언제나 다투고 있었다. 이번의 승자는 귀찮음이었다. 깔깔대는 밴시를 뒤로하고 스노우는 산책을 계속했다.
 


오늘의 산책에는 방해꾼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을 만나버렸다. 하얀 코트는 해군의 것이었다. 스노우는 잠시 멈추어 서서 생각했다. 죽여야 하나? 먹을까? 귀찮다. 귀찮지만. 역시 먹어야 하나? 일단 잡을까? 귀찮다. 귀찮아. 귀찮아.

“귀찮네.

순간 스노우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생각이 새어 나온 것일까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주 편에서 걸어오고 있던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헐렁하게 적당히 풀어놓은 옷 만큼이나 헐렁한 사내였다.

“그거 동감인걸.

스노우는 웃으며 모자를 벗었다. 그리곤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지나쳐 걸어나갔다. 그는 스노우를 쫓지 않았다. 스노우는 한참을 걸어가 그 채취가 더는 물에 묻어나지 않을 때가 되어서 문득 생각했다.
재미있는 사내가 해군에도 있구나.

스노우는 웃었다.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제법 단 맛이 날 것 같다. 즐거울 것이다. 귀찮은 해군과의 싸움에 기다릴 것이 생겼다. 오늘은 즐거운 산책이었다.
 
 
 
 
 
 
 
3. 해적 귀공자 피노 느와르
 
스산한 바람 소리에 웃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 하하. . 하하하.

둘의 발자국 소리가  위에 다시 얹혔다. 비에 젖은 갑판이 미끄러울 법도 한데 흔들리는 선체에도 걸음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느긋한 걸음걸이로 똑바로 앞으로 향한다. 그와중에 웃음소리는 조금 바뀌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크크크 크크.

발걸음은 문을 앞에 두고 멈췄다. 그리곤 지체없이 발로 문을  부숴버렸다.

, 밤이다. 나의 시간이다!

시기 적절하게 치는 번개에  팔을 번쩍 들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던 느와르의 얼굴이 순간 기괴하게 번뜩였다. 그리고 세사람 모두 아무 말도 없었다. 천둥소리가 지나가고, 그리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이 이어졌다.

-

꾸역꾸역 꺼낸 느와르의 목소리는 미스트가 혀를 차는 소리에 막혔다. 미스트가 먼저 머리를 살짝 숙이며 선실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고 스노우가  뒤를 따랐다.  과정에 느와르의 허락을 구하는 절차는 궂이 필요하지 않았다. 쯧쯧. 다시한번 미스트가 혀를 차는 소리에 느와르가 발끈해 무어라 소리치려했다.

-

하지만 이번에는 스노우의 목소리에 막혀버렸다.

선장이 이해해.   아직 어리잖아.

느와르가 발끈해서 돌아보았지만 스노우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바다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늦은 밤, 그것도 딱 비바람이 심한 날이었다. 역한 냄새가 났다. 그것은 물에 오랜시간 불어버린 듯 보였다. 이미 무엇이었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목덜미에 이를 박아넣고 있는 스노우의 모습에 역함이 올라왔다. 쓰레기를 꾸역꾸역 목 뒤로 넘기는 모습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아 넘기기 힘들었다.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니 스노우가 쓰레기에서 입을 떼곤 웃으며 말했다.

먹을래?

그것을 쥐어들고 슬쩍 내미는 손길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반사적으로 두손으로 입을 감싸니 웃음 소리가 들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미스트 쪽을 돌아보니, 그는 여전히 가만히 느와르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 또한 익숙한 표정이었다.
 



선장! 시간 된 것 같은데?
아니야.

로마리오의 부름에 미스트는 돌아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곤 다시 눈 앞에 집중했다.

루인 쉐이드에 건다!
그럼 난 그리드쪽!

대치하고 있는 두 그림자의 검사를 둘러싸고 해적들이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미스트가 집중하고 있는 것도 두 고스트의 대치였다. 서로를 도발하며 열기가 높아졌고 의례 그렇듯 판돈이 걸리기 시작했다. 미스트도 거기에 하나 돌을 얹어 놓을 심산이었다.

나는.
선장. 정말 슬.
조용히 좀 해봐, 인마.

연달아 말이 딱 잘려버리니 두번째에는 로마리오도 더이상 말을 붙일 생각을 못하고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났다. 그런 사정으로, 결국 로마리오가 이야기 했던 시간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되어버렸다. 천천히 끌어올리는 닻의 끝에 무언가 매달려있었다. 물을 잔뜩 머금고 축 늘어진 옷은 배 위의 누구의 것보다도 화려했다.

저녀석 올려줘.

시끄럽다며 다짜고짜 닻에 매달고 던진것이 그 날 아침. 그리고 이미 해가 저물었다. 앳된 모습의 느와르가 불만에 가득찬 눈초리로 저를 올려보는 것을 미스트는 가만히 내려보고 있었다.

한심한 놈들.

그 어린날과 다를 것 없는 시선에 느와르는 짜증이 치솟았다.

재수없는 새끼들.

그런 두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스노우는 웃으며 생각했다.

멍청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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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블닼 위주 쉐팔  (0) 2014.06.07
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5. 5. 8. 11:31

#멘션온캐릭터X자신이좋아하는노래로연성

해시태그로 린을 받아 좋아하는 노래 가을방학(가을방학)을 들으면서 쓴 글입니다.


-


“자, 마키쨩 차례다냐!”


린이 두 손을 들어 마키를 향해 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동시에 린과 하나요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마키는 주춤 조금 물러서며 대꾸했다. 책상 하나를 셋이 둘러 앉아 머리를 맞댄 상황에서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당황해 반사적으로 익숙한 행동이 튀어나와버린 것이었다.


“나는 별로.”

“하아? 마키쨩은 우리랑 얘기하는 게 싫은걸까나~.”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그럼 우리에겐 딱히 궁금한 게 없단 뜻? 실망이다냐.”


눈을 가늘게 뜨며 놀리듯 말을 이어가는 린의 태도에 발끈해 마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버렸다. 린도, 그런 마키 자신도 당황해 서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자자, 마키쨩. 뭐라도 괜찮으니까.”


미묘한 대치상황은 하나요의 중재로 끝났다. 물러나질 못하는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은 언제나 하나요의  말 한마디였다. 마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꾸고는 말했다.


“그럼 린에게,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


생각할 시간 조금도 갖지 않고 린은 발표라도 하는 것처럼 손을 번쩍 들며 답햇다.


“의외네.”

“응?”


마키가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중얼거리는 것을 린은 흘리지 않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린은 왠지 여름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아. 알것같아 그거.”

“그렇지?”


서로 마주 보고 웃는 마키와 하나요를 보며, 린은 괜히 두손으로 책상을 짚고 쭈그러들어서는 입을 내밀고 왠지 바보 취급 하는 것 같다며 중얼거렸다. 고개와 두 손을 같이 흔들어가며 그런 거 아니라고 힘껏 부정하는 하나요와 괜히 새침하게 팔짱을 끼며 고개만 슬쩍 돌리는 마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책상을 밀며 몸을 일으켜 ‘다음은 하나요!’를 외치는 린. 세사람은 종종 부활동이 끝난 늦은 시각 셋만 남은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들은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누가 물어보면 특별히 기억도 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흘러가고 어딘가에 쌓인 기억들이었다.


“가을이었지?”

“응?”

“린이 좋아하는 계절 말이야.”


누군가 그렇게 들춰내지 않으면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를 그런 기억이었다.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아.”


슬쩍 웃고 마는 린의 반응은 꽤나 길어진 머리 때문에 달라진 인상만큼이나 다른 반응이었다.


“린은, 여름이라는 인상이 있었으니까.”

“그랬지.”


그랬지. 한번 더 반복해서 이야기하곤 린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입술을 떼었다, 다시 닫고,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웃으며 그제야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


자신을 돌아보며 눈을 치켜뜨는 상대방에게 린은 웃으며 덧붙였다.


“가을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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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라이브!2015. 2. 15. 23:24



왜 울고 있는 거야, 마키쨩?

한숨을 내쉰다.

가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문이 닫혔다. 마키는 혼자 울고 있었다. 소매로 눈물을 훔쳐보지만 금세 다시 넘쳐버려 아무 소용 없었다. 눈만 붉게 달아올라 연한 살이 쓰리고 매워질 뿐이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쭈그려 앉아서는 손에 잡히는 원피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가슴 언저리가 답답했다. 하지만 해결할 방법은커녕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다. 삐- 삐- 작게 귀에 맴도는 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작은 몸에 본인은 무엇인지도 몰랐던 것이 숨을 쉬기가 벅찰 정도로 들어찼다. 숨을 몰아쉬면서 점점 커지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았다. 몸을 있는 대로 움츠리고, 호흡을 잊어 간간이 터져 나오는 숨을 격하게 몰아쉰다. 금방이라도 그렇게 무언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삐- 귀에 아른거리던 소리는 이제 노골적으로 마키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떠나지 않고 귀를 파고들었다. 감고 있던 눈꺼풀을 더 강하게 꾸욱 눌렀다. 한계다.

삐--.

마키는 눈을 떴다. 울어대는 핸드폰을 열어 기계적으로 알람을 껐다. 다시 감기려는 눈을 힘겹게 떠서 시계를 확인했다. 시곗바늘은 10시를 조금 넘겨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알람은 꽤 오래 울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상체를 일으킨다. 좁은 커튼 사이로는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아직 불을 켜지 않은 방을 조금이나마 밝히고 있었다. 마키는 가만히 눈을 깜박깜박 천천히 감았다 떠 보았다. 다시 눕고 싶다. 실제로 그녀의 어깨는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이른 시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주말인데 조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며 마키는 자신 안에서 들리는 유혹의 소리에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은 저항해보지만, 그 결과가 매번 패배였음을 마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내려가던 어깨가 베개에 닿았을 때, 진동이 울렸다. 짧게 울리고 끝나는 것을 보아하니 문자가 온 모양이었다.

귀찮아. 싫은데….

아예 엎드려 얼굴을 베개에 묻어버리고 애써 외면하고 있자니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렸다. 한번은 무시했지만 두 번째에 또 곧장 이어 울리는 세 번째 진동음에 이르러서는 마키도 별수 없이 슬렁슬렁 뒤집혀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화면에 떠오른 이름에 그제야 잠이 깼다.

 

 

 

마키는 급하게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면서 문이 닫히기 직전에 다시 벌컥 열어젖혔다. 급하게 신발을 벗고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만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손에 휴대전화가 들려있었다. 현관 앞에 멈춰 서서 빠르게 손가락으로 패드 위를 움직여 문자 하나를 보내두었다.

<지금 나가>

이제 막 보낸 문자를 받을 상대도, 아침부터 마키의 잠을 깨운 문자의 주인도 우미였다. 세 번에 나눠 온 장문의 메세지였지만 요약하자면 오늘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신가요?>

그렇게 시작한 문자는 거듭 사과를 반복했다.

<이렇게 당일이 되어서 급한 연락을 받게 해서 면목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라며 끝을 맺는 것을 보니, 마키는 딱딱한 우미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져 혼자 한참을 웃고 나서야 답장을 위해 휴대전화를 집어 들 수 있었다. 여러 마디를 썼다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하더니 겨우 보낸 답장은 한마디뿐이었다.

<지금 준비하고 나갈게>

그렇게 집을 나서 마키는 우미와 만나기로 한 카페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꿈, 기분 나빴던 것 같은데. 멍하니 걸음을 옮기고 있으니 문득 생각이 났다. 일어나자마자는 아른거리며 남아있었던 꿈은 그사이 휘발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는 꿈이었다’라며 깨어서 생각했던 것만 남아있어 찝찝한 느낌이었다. 걸음도 멈추어 서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니 퍼뜩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왜 울고 있는 거야, 마키쨩?’

목소리를 따라 꿈의 끝자락이 끌려 나왔다. 마키는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다. 한숨. 왜 울고 있었지? 닫힌 문. 그리고 따라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자신은 방안에서 침대 위에 앉아, 손으로 까슬 거리는 레이스 자락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언제였더라. 생각하고 있자니 카페 간판이 눈에 띄었다. 어느새 목적지였다.

 

 

 

먼저 카페에 와 있던 우미는 웃으며 마키를 반겼다.

 

“이번 곡도 느낌이 좋던데요? 요즘 컨디션이 좋은가 봐요, 마키.”

“별로.”

“그런가요.”

 

둘이서만 만나는 것만 해도 벌써 수차례. 우미는 하하 웃으며 능숙하게 마키의 퉁명스런 말을 받아넘겼다. 머리카락을 빙빙 돌리며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던 마키가 슬쩍 다시 우미 쪽으로 시선을 향하니, 우미는 눈을 마주치곤 슬쩍 웃어 보였다. 얼굴이 달아올라 버렸다. 마키는 시선을 돌려버리며 괜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가사는?”

“아, 아! 그렇죠. 여기 있습니다.”

 

마키의 서투른 말 돌리기에도 우미는 그녀의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주었다. 우미가 가방에서 꺼내 드는 투명한 파일은 마키가 몇 주 전 그녀에게 건넨 것이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음표마다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쓴 가사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주인을 닮아 그녀의 고지식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글씨는 지웠다 다시 쓴 흔적 하나 없이 정갈했다. 가장 앞 페이지부터 가사를 읽어나가는 마키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 음이 따라붙어 노래가 되어 울렸다. 마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가사에 집중했고 우미는 그 건너에서 그녀를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끝까지 가사를 따라간 후에야 마키는 손에 들고 있던 악보를 내려놓았다.

 

“괜찮은가요?”

“좋은데? 생각했던 그대로 가사가 된 것 같아. 역시 우미…. 대단하네.”

“최고의 칭찬이네요.”

 

가볍게 받는 우미였지만 마키의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처음 우미가 그녀의 음악에 가사를 붙여주었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매번 신기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따로 언질을 주거나 그녀의 생각을 전달한 것도 아닌데, 우미의 가사는 언제나 마키가 곡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그대로 글로 옮기고 있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아.”

“왜 그러시죠?”

 

묻혀있던 기억은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하니 한꺼번에 수면 위로 끌려 올라왔다. 어린 시절에 가끔씩 아무도 왜인지 알지 못해 답답해하는, 펑펑 울어버리는 날들이 있었다. 그 날도 같았다. 마키는 연주를 위해 레이스가 풍성하게 달린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었다. 그리고 연주 도중에 마키는 참을 수 없이 슬퍼졌다. 건반을 누르는 것이 힘들었고 어서 그 자리를 내려오고 싶었다. 자신이 만들어 제 귀로 돌아오는 소리가 가슴에 응어리져 스스로를 꾸욱 짖눌러 왔다. 간신히 끝낸 연주회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대를 내려가 가장 먼저 가까이 다가오는 부모님께 매달려 울어버리고 싶었다. 진심을 담아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슬픔은 그대로 두려움이 되었다. 그 때,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 두려움은 주변 이들에게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키…?”

 

마키가 혼자 생각에 너무 오래 빠져있었던 모양이었다.

 

“아, 미안 오늘 할 일은 이걸로 끝인가?”

“네. 일단은….”

“그럼 가봐야겠네.”

“네. 그렇죠.”

“저기, 우미.”

“뭔가 할 말이 있으신가요?”

 

우미는 가만히 마키를 응시하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지만, 마키는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둘 사이의 침묵 뒤에 마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아니야. 나 잠깐 있다 갈게. 먼저 가. 잘가!”

 

몰아치듯 마구 인사를 건네는 마키에게 떠밀려 한두마디 더 인사를 나눈 뒤 우미가 먼저 카페를 나섰다. 천천히 자리로 돌아와 마키 혼자 남은 자리에 한숨이 내려앉았다. 마키는 이야기를 나누며 늘어놓았던 악보를 하나하나 순서대로 모아 쥐었다, 그러다 힘이 풀린 손에서 악보들이 빠져나가 처음보다 더 엉망으로 흐트러져버렸다. 마키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허리를 숙여 그 위에 슬그머니 엎드렸다. 악보 위에서 사랑을 하고, 선율을 따라 키스를 하고, 노랫말을 곱씹으며 홀로 이별한다. 그리고 다시 악보 위에서 사랑을 시작했다. 마키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우미가 나선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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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고 사방에서 떠들어대는 소리에 속았다. 또 슬쩍 창문 너머를 내다보니 따뜻해 보이는 햇살에 속아버렸다. 마키는 한참 전부터 외투를 벗어두고 집을 나선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낮에는 견딜만했다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니 얇은 가디건 하나로 버티기에는 쌀쌀한 날이었다. 간간히 부는 바람이 옷 안쪽까지 서늘하게 만들 때마다 마키는 자신의 두 팔을 서로 더 강하게 꼭 껴안으며 몸을 움츠렸다.

“춥다고, 린.”

결국, 불만은 자신을 밖으로 불러낸 린을 향했다. 인상을 찌푸리고 듣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불만을 중얼거린다. 옆눈으로는 계속 힐끗힐끗 시계탑을 향했다. 치켜뜬 눈으로 올려 본 시곗바늘이 점점 약속시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앞으로 3분 후면 맘 편히 린을 탓할 수 있다. 괜히 여기저기를 오가던 눈동자는 어느새 분침바늘에 고정되어있었다.

앞으로 1분.

“마키쨩!”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멀찍이서 부터 린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달린 것인지 그 린이 마키의 앞에 와서는 허리를 숙이고 제 무릎을 붙든 채로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사이에 마키는 입술을 삐뚜름하게 두고는 그런 린을 내려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늦었다며 타박할 수 없는 것이 또 괜히 얄미워서 결국 고개를 드는 린의 이마에 콩하고는 제 작은 주먹을 가져갔다.

“뭐하는거냐!”

아프지도 않을 것을 괜히 두 손으로 제 이마를 감싸 쥐고 한발 물러나서 볼을 부풀리는 린의 모습에 마키는 풉하고 웃음을 흘렸다. 린은 눈을 부릅뜨며 대치를 이어가려 했지만 마키 쪽에서 한쪽 손을 설레설레 흔들어대며 저지했다.

“그래서 오늘은 왜 부른건데?”

“니시키노씨가 말을 돌리고 있다냐.”

“네네.”

부루퉁한 표정 그대로 대답은 않고 린은 마키를 지나쳐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희끄무레한 것도 빛이라고 가로등은 껌벅껌벅대고 있었다. 그 가로등마저 지나서는 나무로 된 짧은 벤치, 린은 그 등을 두 손으로 잡고 무릎으로 그 위에 앉았다. 등을 쭉 펴고 고개를 위로 치켜든다. 그런 린의 모습에 마키는 저도 따라 눈을 하늘로 향했다. 힘없는 가로등 덕분일까 유난히 별이 밝았다.

“저것 봐, 저거. 기억 난다냐! 저번에 마키쨩이 알려줬던 거잖아. 뭐였더라.”

언젠가의 밤에 마키가 린에게 별자리 몇 개를 소개한 일이 있었다. 마키는 영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며 신이 나 있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린?”

시선도 이미 돌아와 린을 향해있었다.

“마키쨩 기억나? 합숙했던 날 있잖아.”

“린.”

마키는 아직 린에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말을 돌리고 있는 것은 그녀였다. 툭, 기대 있던 벤치의 등을 밀면서 린은 경쾌하게 한발 두발을 뒤로 뛰며 벤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한발 두발 마키의 앞에 서, 그녀를 마주 보았다.

“좋아해, 마키쨩.”

린의 눈은 곧게 마키를 향하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도, 마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키는 꼬박 일 년 전의 하루를 생각하고 있었다.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었다. 여전히 봄이라기엔 조금 쌀쌀한 날이었다. 한 걸음을 내딛으며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또 한걸음에, 하나요의 이야기를 하니 깍지 낀 두 손을 뒷머리에 대고는 벌게진 두 귀를 팔꿈치로 가리려는 양 구부리며 더듬더듬 네가 어떻게 알고 있었냐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린을 떠올렸다. 또 한 걸음. 그 자리에, 린이 마키의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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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라이브!2014. 12. 27. 23:58

주제 : 낙인


팔목이 점점 아려왔다. 우미는 제 손목을 쥔 채로 점점 다가오는 에리의 이마를 남은 한 손으로 힘껏 밀어내 보았지만, 그녀에겐 방해조차 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잠시만. 잠시만요, 에리.”
“싫어.”
다급하게 외쳐보았지만 짧게 대답을 던지고는 그만이었다. 슬쩍 자신의 쪽으로 손목을 잡아당기는 에리의 힘에 못 이겨 온몸이 그녀에게로 쏠려버렸다. 그대로 안겨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한발 휘청거리더니 간신히 균형을 잡아 자리에 섰다. 그 사이 에리는 놀고 있던 한 손으로 우미의 팔꿈치 근처를 그러쥐었다. 옷이 잔뜩 주름지는 모양에 저도 모르게 ‘셔츠. 구겨지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휘저었다.
“에리!”
이번에는 대꾸마저 없었다. 그저 제 할 일에 열중이었다. 에리는 입을 살짝 벌리는가 싶더니 고개를 숙이며 제 얼굴을 우미의 손목에 가까이 가져갔다. 숨이 차게 느껴졌다. 이빨이 피부에 닿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팔을 움츠리려 했으나 속박당한 채로는 부르르 떠는 것이 전부였다. 눈을 질끈 감았다. 붙잡히지 않은 쪽의 손은 에리의 어깨를 계속 밀어보지만, 그저 놓여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한 채로 굳어버리는 듯했다.

순간인 것 같으면서도 길었다.

손목이 풀려나는 것과 우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털석 내 던져진 팔, 손목을 타고 빨간 핏줄기 하나가 흘러내렸다.
“괜찮아?”
평소와 같은 상냥한 목소리와 상냥한 눈웃음으로 에리는 말을 걸어왔다. 동시에 흘러내린 우미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려 그녀의 이마 쪽으로 손을 뻗었다. 어깨를 움츠리며 뒤로 몸을 빼는 우미의 반응에,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을 멈추는가 싶었지만 이내 그대로 그녀를 제 품에 폭 안으며 이야기했다.
“괜찮아.”



Posted by 혼우
글/러브라이브!2014. 12. 26. 00:58

왜 하필 이런 날에 엘리베이터는 고장일까. 불평을 속으로 삼키며 마키는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어디부터 문제였을까 돌이켜보자니 단출한 차림으로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이었다. 옆에 걸려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다 괜히 마음이 동했다. 화장대 앞으로 돌아가 머리를 다시 매만지고 화장을 고쳤다. 다시 현관 앞에 서서 꺼내두었던 편한 단화를 잠시 내려보다 한발 물러나 신발장에 도로 넣어두곤, 조금이지만 굽이 있는 아껴두었던 새 구두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집을 나서니 마키는 괜히 살랑거리는 기분이 되어 유난히 더운 날씨도 별로 신경이 쓰이질 않았다. 길이 들지 않은 신을 신고 틈이 꽤나 넓은 보도블록을 가로질러 걷자니 평소보다 뒤뚱거리는 걸음이 되어버렸다. 평소와 다르게 마키는 양손으로 균형을 맞추며 한 발 한 발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린이 보면 분명 웃어버릴 거야. 그 생각에 도리어 자신이 웃어버렸다.

왠지 모르게 유독 들떠 이유 없이 콧노래라도 흥얼거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혼자 살아남아 열심히 위아래를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몰린 인파를 보기 전까지였지만 말이다. 가운데 덩그러니 딱 하나 운행 중인 엘리베이터 이외에 옆으로 잔뜩 '점검중'이라는 팻말들이 눈에 띄었다. 웅성거리는 인파로부터 한 걸음 뒤로 떨어져서 마키는 잠시 고민했다. 기다리자면 기다리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들뜬 그 기분이 문제였다. 뭐, 괜찮겠지. 가볍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마키는 돌아서 계단 쪽으로 향했다.

계단 끝자락에 멈춰 서서는 숨을 고르고 핸드백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훔쳤다. 한층 한층 오르며 후회를 거듭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돌아가자니 어쩐지 오기가 발목을 붙들었다. 결국은 그렇게 목적지. 도착했으니 되었다고 여기며 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머리칼을 정리했다.

“오늘도 719호?”
“네.”

곧장 걸어가다 보니 앉아있던 간호사분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자주 보는 얼굴이니 살갑게 인사를 붙여오는 것도 익숙한 일이었다. 평소와 같았다면 그대로 꾸벅 인사를 하고 바로 병실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마키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오늘은 누가 먼저 와있더라고.”
“누가 먼저 와있다고요?”

니코? 호노카?

“응응. 몇 번인가 왔던 여자애였는데. 이렇게 단발머리에.”

자기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어다 감춰 보이며 이야기해주는 그녀의 설명에 마키는 금방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병실로 향하면 될 일이었다. 막 계단을 올랐을 때보다 더 무거워진 다리를 억지로 한발 끌어다 놓더니 마키는 괜히 그녀를 돌아보며 한마디를 더 던졌다.

“그 애, 온지 얼마나 된지 알아요?”
“글쎄…. 한 10분 쯤 됐나? 얼마 안 지났어.”

최악이다.

“감사합니다.”

719. 슬쩍 고개를 올려 다시 병실 번호를 확인하고 문고리를 내려본다. 그리고 괜히 다시 고개를 올려 번호를 확인해보았다. 마키는 문고리를 손에 쥔 채로 멈춰서 있었다. 다시 확인한 병실번호는 당연하게도 여전히 719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고리를 조금만 돌리려 해도, 안쪽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는 목소리가 귀에 박혀 몸이 굳는다. 카요쨩은. 결국 마키는 문고리에서 손을 놓고 조금 저릿한 느낌에 허공에 주먹을 쥐었다 폈다. 몸을 돌려 벽에 기대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린쨩! 문틈으로 목소리는 계속 새어 들려왔다. 그치만 마키쨩이 그랬다냐.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린.”

자신을 변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린의 이야기에 마키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허탈하게 웃었다.
-마키쨩, 좋아해.
언젠가 들었던 목소리가 떠올라 마키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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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었어. 별로 우미가 걱정할 만한 건-우미?”
“아….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죠?”

한참 이야기를 하던 중에 옆에 따라오던 기척이 사라져 돌아보니, 두어 걸음 떨어져 멈추어 서 있는 우미의 모습이 보였다. 에리의 부름에 우미는 바로 다시 에리의 옆에 섰지만 정작 에리는 대답 없이 뚱한 표정으로 우미를 빤히 보고 있기만 했다.

“에리?”

마주 올려보려니 에리의 너머로 가로등이 환해 우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우미에게 에리는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살짝 얼어있던 볼에 무뎠던 감각이 빠르게 돌아왔다.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반사적으로 뒤로 피하려는 우미를 예상이라도 한 듯이 에리는 한 손으로는 어깨를 붙들었다.

“벌써 세 번째잖아. 혹시 감기 기운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아뇨, 저.”

똑바로 마주해오는 시선을 아래로 피하며 우미는 어딘지 불안한 듯 말꼬리를 흘렸다. 한 발을 앞으로 그리고 뒤로. 꼭 벌을 받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에리의 눈은 더 매섭게 우미를 쏘아 보았다.

“그게. 저. 아니-“

계속 더듬더듬 말 하나하나가 제 자리를 못 찾아가던 중에 때마침 우미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소리가 그녀를 구원했다. 그리고 동시에 우미의 표정이 환해졌다. 두사람 사이를 가로질러 퍼지는 소리는 알림소리. 정직한 기본 벨소리에 합숙 당시에 에리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이미 어두워질대로 어두워진 시각이었다. ‘왜 지금?’이라는 의문이 에리의 표정에 떠오름과 동시에 우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낮게 울리는 알림소리를 끄곤 에리를 똑바로 올려보며 이야기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에리.”
“응?”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되어 무슨 말인지 에리는 바로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 에리에게 우미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에리를 향하게 하여 보여주었다. 화면에 보이는 시각은 12:00. 그리고 12월 25일, 성탄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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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혼우
글/언라2014. 12. 10. 17:40

아무것도 아닌 공간에 마르그리드는 혼자였다. 그녀는 두 팔을 앞을 향해 뻗어보았다. 그리고 마르그리드는 가만히 눈을 감고 허공을 향해 웃음 지었다. 그녀의 위로 몸을 겹치듯 돌연 나타나, 심기가 불편한 듯 퉁명스레 물음을 던지는 이 또한 마르그리드였다.

“뭘 그렇게 웃고 있어?”

울고 나의 몸 커서 아이 웃는

그 자리에 온전히 존재하지 않는 마르그리드의 대답은 조각조각 흩어져있었다. 이내 흐릿한 형체가 점점 분명해짐과 함께 그녀의 말 또한 뭉쳐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 마냥 마르그리드에게 다시 전해져왔다.

나의 아이가 웃고 있어요.
“당신은 만족하는 거야?” 

마르그리드가 대답을 하는 듯 입을 움직이고, 조금 후에야 메아리친 소리가 반대쪽의 그녀에게 들려왔다.

“괜한 걸 물었네.”
그러게요. 이번엔 당신이 의미 없는 질문을 내게 했네요.
“당신은 실패했어. 내가 그랬듯이 말이야.”
하지만 나는 만족해요. 아마도 당신이 그렇듯이.
“이해할 수 없어.”
거짓말.

마르그리드는 웃고 있었다. 마르그리드는 뻗었던 두 팔로 그녀의 앞에 있는 자신을 품에 안았다.

Posted by 혼우